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反)부패 투쟁이 역풍을 맞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소식통을 인용,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에 대한 재판이 당초 지난달말 열릴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고 전했다. 재판이 미뤄진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 매체는 저우 전 서기의 공소를 위해선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저우 전 서기가 아들 저우빈(周濱)과 저우한(周涵)이 구금되자 당국에 협조하는 대신 자신을 적극 변호하기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화권 잡지 명경(明鏡) 5월호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 등 원로들 반대로 사실상 ‘호랑이(부패 고위 관료) 사냥’이 중단됐고 저우 전 서기에 대한 사형 선고도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이 잡지는 장 전 주석의 반대로 자팅안(賈廷安)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부주임에 대한 조사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며 궈보슝(郭伯雄)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대한 처리도 잘못을 뉘우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앞서 장 전 주석은 지난달 9일 고향인 양저우(揚州)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장면을 공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도 지난 7일 원촨(汶川) 대지진 현장을 방문, 눈길을 끌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중국 총리도 지난 6일 허베이(河北)성 청더(承德)시의 한 중학교를 방문, 1일 교사로 학생들에게 특강을 했다. 그 동안 대외 행보를 자제해온 원로들이 일제히 공개 활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 일이다. 이는 시 주석에게 지나친 반부패 투쟁을 자제할 것을 압박하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교가에서도 시 주석의 반부패 투쟁이 사실상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들어 고위 공무원에 대한 낙마 소식이 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반부패 사정이 3년이나 이어지고 실무자급 공무원 가운데 자살하는 이가 속출하며 공무원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며 “반부패 투쟁에 대한 피로감과 역풍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초기엔 박수를 쳤던 일반 국민들도 점점 공산당은 전부 썩었다는 부정적 인식을 더 갖게 됐다는 점도 지도부로서는 부담”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반부패 투쟁이 원로들의 역풍에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관은 “시 주석의 반부패 투쟁은 ‘자전거 타기’와 같아 멈추는 순간 곧 바로 역공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원로들 저지로 잠깐 주춤할 순 있지만 권력을 건 싸움에 나선 이상 시 주석으로선 반부패 투쟁을 계속 이어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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