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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좋아하는 남자 아이도 평범한 친구죠

입력
2015.05.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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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다룬 동화책 국내 첫 출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성소수자를 다룬 동화책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 삽화.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성소수자를 다룬 동화책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 삽화.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화를 읽으며 아이들이 성소수자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국내 처음으로 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룬 동화책이 이달 말 출간된다. 사회적 약자 이야기를 채집해 전하는 프로젝트 ‘이채(이야기 채집단)’ 소속 명(28), 엄(25), 숑(28ㆍ이상 활동명)씨가 제작한 책 제목은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리젬 발행ㆍ사진).

동화는 치마를 좋아하는 초등 10세 남자 아이 꽁치가 친구, 가족들 도움을 받아 ‘사과소녀 선발대회’에 출전한다는 내용이다. 아이들 눈높이를 고려해 게이, 트랜스젠더 같은 용어나 인권, 차별 등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캐릭터 설정은 명씨가, 편집 등 제작 실무는 엄씨가, 출판 홍보는 숑씨가 맡았다.

3년 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만난 세 사람은 “책에서 성소수자들은 찾기 힘들다”는 문제의식에서 책 제작을 시작했다. 이 동화책은 최대 5회 시리즈물로 제작하는 것이 목표. 다음 번에는 주인공이 회사 선배에 반한 레즈비언 사회초년생이 되거나, 동성 파트너와 함께 삶의 끝자락을 준비하는 노인이 될 수 있다고 이채는 설명했다. 다음 호 제작을 위해 온라인에서 후원금 400여만원을 모았다. 이채 측은 “성소수자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평범한 친구라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으로 대중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에게 성소수자 이슈를 가르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시각이 있지만 성소수자인권단체 비온뒤무지개재단 한채윤 상임이사는 “외국에는 오래 전부터 작품성이 뛰어난 동화책이 사회적 논란 속에서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관계자도 “유럽에서는 초등학교 성교육 시간에 성소수자 개념을 다루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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