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대기’ 장시환(28ㆍkt)이 마침내 자신을 감싸고 있던 유망주 껍질을 깨고 나왔다. 데뷔 9년 만에 ‘진짜 모습’을 찾았다는 평가다.
장시환은 올 시즌 14경기에서 31⅓이닝을 책임지며 2승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 중이다. 팀이 7승(27패)을 올린 것을 생각하면, 그가 팀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먼 길을 돌아왔다. 장시환은 2007년 현대 2차 1라운드 2순위로 큰 기대를 모으고 프로에 입단했다. 시속 150km대의 빠른 볼을 뿌리는 유망주에 대한 관심은 계속됐지만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고 지난해까지 통산 36경기에 출전해 승리 없이 6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7.15에 그쳤다. 결국 지난 시즌 뒤 특별지명으로 넥센을 떠나 신생팀 kt 유니폼을 입었다.
완전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kt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특별지명금 10억 원을 투자했다. 장시환이 갖는 책임감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하 일문일답.
-요즘 정말 잘 던진다. 달라진 게 있나.
“경기에 많이 나가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그게 가장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 비해 큰 변화를 주진 않았는데 볼도 묵직해진 느낌이다.”
-팀을 옮기면서 주축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신생팀이다 보니 이제 막 프로에 들어온 어린 선수들도 많고, 뜨는 선수가 많다. 거기서 어떻게 기회를 잡느냐가 관건이었는데 나갈 때마다 자주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에 믿음을 줘서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나 싶다.”
-주변 반응도 달라졌을 것 같다.
“완전히 달라졌다. 이상하고, 어색하다. 인터뷰가 많아졌고, 사인해 달라는 사람도 많아졌다. 형들도 위기 상황에서 네가 던져야지 이긴다고 말해준다.”
-그만큼 팀 동료들에게도 신뢰를 주고 있다는 뜻 아닌가.
“요즘엔 나도 올라가면 점수를 안 줄 것 같다.”
-마지막에 나와 경기를 끝내는 느낌은 어떤가.
“스릴 있고 짜릿하다. 왜 마무리 투수가 매력 있는지 알겠다.”
-팀 내 투수진 중 김사율과 최대성, 배우열에 이어 고참급이다.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을 것 같다.
“경기할 때도 후배들에게 많이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고, 연습할 때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넥센에 있을 때는 (손)승락이 형이 했던 역할인데 갑자기 내가 하려니까 어색한 부분도 있다. 그래도 솔선수범해야 할 것 같다. 보고 배운다고 하지 않나. 내가 늘어지면 다른 선수들도 같이 늘어질 것 같아 일부러 더 하려고 한다.”
-올 시즌 목표는.
“이렇게 던진 적이 없다. 최대한 많이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팀에서 나를 10억원을 주고 데리고 왔기 때문에 10억원의 가치를 해야 한다. 더 잘 해서 많은 승리를 이끄는 게 목표다.”
김주희 기자 ju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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