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맥락을 떼어놓고 들어보면 김예림의 ‘심플 마인드’는 매력적인 팝 음반이다. ‘아우(Awoo)’와 ‘먼저 말해’는 각각 뾰족한 유머의 동화성과 예쁜 자장가 같은 감성을 구현하며 짝을 이룬다. ‘바람아’는 김예림과 빈지노의 주고받음이 산뜻하다. 스케일 큰 일렉트로닉 ‘업그레이더(Upgrader)’와 어쿠스틱 반주가 섬세한 ‘종이새’도 매력적이다. 장르가 다양하나 이음새도 매끈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이 음반에 의구심을 표한다. 이것이 김예림에게 맞는 옷이냐는 것이다. 엠넷 ‘슈퍼스타K’에서 어쿠스틱 듀오 투개월의 독특한 보컬로 인상을 남긴 그가 이번에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함께 섹시하고 자극적인 콘셉트를 선보여 아이돌 시장을 지향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음반은 ‘김예림만의 색’을 놓치지 않는다. 변조된 보컬의 ‘아우’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음정을 느리게 끌어올리다가 “넌 나를 꼬셔”라고 약 올리듯 귀를 잡아당기는 김예림의 보컬이다. 한없이 힘을 뺀 ‘바람아’와 ‘먼저 말해’의 보컬은 라운지 풍의 비트나 전자음과 조화를 이루고, ‘알면 다쳐’ 역시 꼬집는 듯한 음색이 유머러스하다. 가장 사운드가 화려한 ‘업그레이더’는 감정의 흐름에 힘을 실으면서도 쓸쓸한 공기를 연출하는 보컬에 의해 나직한 다음 곡 ‘종이새’로 안착한다. 요컨대 이 음반은 김예림의 목소리라는 악기가 다양한 장르와 무드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장이다.
기존 곡 ‘Goodbye 20’나 ‘어른 맞니’가 오히려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심플 마인드’의 가능성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 그렇게 이 음반은 이 보컬리스트를 주제로 삼는다. 팝/록의 중심은 ‘노래’라는 형식의 음악이며, 결국 가수에 관한 것이다.
김예림의 음반에 대한 우려는 소속사 미스틱89의 전력에서 비롯된다. 유망한 아티스트들을 영입해 정석원, 포스티노 등의 프로듀서와 작업하여 듣기 좋은 음반을 내놓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았다. 색과 실력이 뚜렷한 아티스트들에게 매번 예상 외의, 그것도 아티스트의 성향과 무관한 옷을 입혔기 때문이다. 고혹적인 은유로 깊은 인상을 남긴 퓨어킴, 나직하고 청량하면서도 속내 굵은 음악을 선보인 박지윤이 미스틱89에 영입된 뒤 뻔한 섹시미와 상큼함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10대 록 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듣고 나면, 지향점이 대체 어디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러나 성장의 여지가 많은 김예림의 음반은 미스틱89가 아무렇게나 아티스트들을 소모해버리는 기획사가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접근의 각도가 다를 뿐, 아티스트의 색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신생 기획사인 미스틱89의 음악은 지금부터 시작이 아닐까?
미묘ㆍ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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