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새정치민주연합의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국회 당 대표실에는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장사진을 쳤습니다.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의 ‘봉숭아학당’을 방불케 했던 분란 때문인데요, 주승용 최고위원은 자신을 향해 ‘공갈 사퇴’라고 독설을 날린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에 격분해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떠났죠. 문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말리려 쫓아나갔지만 주 최고위원은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자리를 비워놓은 채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난장판 속에 유승희 최고위원은 어제 경로당에서 불러드린 노래라며 ‘봄날은 간다’의 한 소절을 불러 눈총을 샀죠. 독설에 중도퇴장, 노래까지 꼭 한 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것 같았다는 평이었습니다.
때문에 오늘 최고위원회의의 주연배우는 팽팽한 감정싸움을 벌였던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이었습니다. 주 최고위원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여수에 칩거하고 있고, 정 최고위원 역시 전 날(1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 불참하며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라 두 사람이 회의에 등장할지 모두의 관심이 모아졌죠. 두 사람을 기다리며 시끌벅적하던 당 대표실은 문재인 대표를 위시한 최고위원들이 나타나자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지만, 그 사이에 주 최고위원과 정 최고위원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 앉은 문 대표는 “지난 금요일 민망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과 당원들께 큰 실망과 허탈감을 드려 당을 대표해서 깊이 사과 드린다”며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또 자리를 비운 주 최고위원을 향해서는 “빈자리가 매우 크다.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당을 먼저 생각해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최고위원회의는 대표와 원내대표, 7명의 최고위원들이 차례로 현안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두발언 순서와 비공개 회의가 차례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이 날 회의에서는 문재인 당 대표에 이어 이종걸 원내대표, 유 최고위원 단 세 사람만 발언을 했습니다. 그마저도 유 최고위원은 “지난 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 의도와는 달리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로 모두발언을 대신했습니다. 앞서 논란이 이어지자 유 최고위원은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노래 한 소절을 부른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죠.
사과로 시작한 이 날의 최고위원회의는 사과로 마무리 됐지만, 아직 진행 중인 소동극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정 최고위원은 여수를 찾아 “남자답게 쿨하게 상처를 준 부분에 미안함을 전하러 왔다”며 주 최고위원에게 사과를 시도했지만 만나지 못하고 전화통화만 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이후 주 최고의원은 “사과표명과 사퇴철회는 별개문제”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문 대표는 재보선 이후 증폭된 계파갈등에 최고위원 간의 감정싸움, 사퇴론, 호남신당까지 당 안팎으로 꼬일 대로 꼬인 상황을 풀어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과연 문 대표는 극적으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ㆍ해결 될 수 없을 정도로 꼬인 문제가 파국 직전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해결되는 기법)를 찾아 해피엔딩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수요일에 예정된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 다시 한번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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