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를 야전병원에 비유해왔습니다. 응급환자들에게 달려가는 야전병원의 구급차는 속도를 내 달려야 합니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우리는(교회와 사제들은) 즉시 달려가야 합니다.”
대전가톨릭대 총장 곽승룡 신부가 9일 서울 마포구 성바오로수도회 북카페 리벤에서 마련된 저자초청 특별강연에서 종교인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방한 당시 대전가톨릭대를 방문했다. 곽 신부는 지난해 교황방한준비위원을 지냈고, 올 초 당시 경험과 방한 당시 교황이 전한 메시지를 담은 책 ‘2014 KOREA 프란치스코 메시지’를 펴냈다.
그는 “교황이 몸에 밴 자세로 보인 친절과 겸손에 여러 차례 놀랐다”며 “이런 섬김은 겸손의 토양에서 자란다”고 했다. 곽 신부는 교황이 자신에게 꽃을 선물한 꽃동네 장애 어린이에게 “내가 받은 이 꽃을 성모상에 봉헌해도 되겠냐”고 재차 확인한 일, 신학생들을 위한 메시지를 남기면서 “스페인 말로 써도 괜찮냐”고 이해를 구한 일, 수녀들과 기념사진을 찍다 말고 학교 마당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직원들 곁으로 가 시간을 나눈 일 등을 예로 들었다.
또 교황이 한국 방문 전 바티칸을 찾은 주교에게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 준비해 달라”고 당부하고, 방한 기간 내내 소형차와 기차 등을 이용한 점을 언급하며 “청빈과 비움을 생활화하면 마음이 평화로 채워진다는 진리를 알고 실천하는 신앙인의 모습”이라며 “큰 집과 대형자동차를 이용하고 과시욕에 사로잡힌 한국 종교인들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불의와 부정과 싸워온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자비와 섬김 보다는 권위와 경쟁에 지배돼 왔다”며 “그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난, 역경, 소외로 고통 받고 효율과 결과 물질만 중시하는 사회에서 힘들어하고 있냐”고 반문했다.
또“낮은 이들부터 우선적으로 챙기는 교황의 모습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사람중심의 행보, 즉 인간애이며 세상의 변방 즉 세월호 참사, 강정마을, 용산참사 등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향해 나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강 내내 어려운 이웃과 함께할 줄 모르는 신앙의 허무함을 강조한 곽 신부는 종교인들이“낮추고, 다가가고, 연대해야 한다”며 교황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도가 없으면 모든 활동의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투신이 없는 기도는 있을 수 없습니다. 기도가 중요하지만 사랑 없는 사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기도와 영성은 안됩니다. 이웃에게 눈을 감으면 하느님을 볼 수 없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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