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경화 IT세상] 팬택 신화의 끝, 우리는 무엇을 잃는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경화 IT세상] 팬택 신화의 끝, 우리는 무엇을 잃는가

입력
2015.05.11 14:57
0 0

'벤처신화 1세대'의 주인공이 벼랑 끝에 섰다. 법정 관리 중인 팬택이 새로운 주인 찾기에 실패한 것이다. 매각 실패만 세 번째다. 상처투성이인 팬택은 여지 없이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IT 업계와 언론에선 이미 팬택의 지난 신화를 되짚으며 안타까운 '추억팔이'에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팬택의 행보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1991년, 자본금 4,000만원에 6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삐삐'라 불리던 무선호출기를 만들던 것이 시작이었다. 이 겁 없는 벤처기업은 1997년부터 휴대폰 판매를 시작했으며, 현대큐리텔과 SK텔레텍을 차례로 인수하며 폭풍 같은 성장을 보였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와 3강 구도를 이루었으니 말 다한 셈이다. 한때는 국내 2위 스마트폰 제조사의 자리를 차지하는 영광도 누렸다.

그러나 추락은 한 순간이었다. 팬택의 패인은 무엇이었을까. 업계에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치중한 마케팅 전략과 내수 시장을 벗어나지 못한 점이 문제로 꼽혔다. 강력한 자본력을 갖춘 삼성전자, LG전자에 애플까지 압박해오니 브랜드 파워를 발휘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게 됐고, 지난 해 이동통신3사가 차례로 영업정지를 받으며 단말기 판매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결과만으로 봤을 때, 팬택은 계속해서 악수를 뒀다.

그렇다고 팬택의 청산을 당연한 일이라 말하고 싶진 않다. 결과만으로 판단하기엔 팬택의 청산에는 아쉬운 구석이 많다. 그들은 자본력의 한계를 딛고 최선을 다했으며, 발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는 영민함을 보이기도 했다.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여태까지 지출한 연구개발 비용만 3조원에 달하며 직원의 70%가 연구원일 정도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5,000여 개의 특허 역시 아까운 자산 중 하나다. 약간의 헛발질이 있었을 지언정 이대로 이별을 고하기엔 팬택이 품었던 상징성과 가능성이 안타깝다는 말이다.

현재 팬택 임직원들은 법원과 채권단에게 회사만 보존해주면 고용 보장도 포기하겠다고 결의한 상태다. 팀장 이상 전 임원들은 이미 일괄 사직서까지 제출했다고 한다. 그만큼 팬택이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다는 뜻이다.

팬택이 청산한 후를 생각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달가울 것은 없다. 스카이부터 베가라는 브랜드를 아껴온 마니아들은 실망할 것이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양자구도라는 비좁은 선택지를 받게 될 것이다. 팬택의 빈자리에 중국 업체들의 공습이 시작될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벤처 신화가 무너지고, 오랫동안 쌓아온 국내 기술력이 갈 곳을 잃게 됐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잃는 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webmaster@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