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올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을 떠나는 '캡틴' 스티븐 제라드(35)의 마지막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제라드는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서 열린 2014~201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 첼시전에 선발 출전해 78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으나 팀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제라드에게 첼시전은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팀의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티켓이 달린 경기였다.
그는 팀이 0-1로 뒤지던 전반 44분 헤딩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사의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후반 33분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고 경기는 결국 1-1로 끝났다. 리버풀은 승점 1점을 추가하며 5위(18승8무10패, 승점 62점)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시즌 2경기 남겨둔 가운데 리버풀은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승8무8패, 승점 68점)와 승점 차가 6점으로 벌어졌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은 올 시즌 4위 팀까지 거머쥘 수 있다.
남은 경기에서 리버풀이 모두 승리하고 맨유가 전패를 기록한다고 해도 리버풀은 득실차에서 크게 밀려 4위에 오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확보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다.
리버풀에서만 18년을 뛴 제라드에게 올 시즌은 유독 가혹했다. 제라드는 앞서 아스톤 빌라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준결승에서도 팀의 결승행을 이끌지 못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도 일찌감치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물론 이날 경기에서는 감동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스탬포드 브릿지에 운집한 첼시 홈 관중은 후반 78분 '적장' 제라드가 교체되자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경쟁관계에 있던 리버풀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부었던 첼시 홈팬들은 떠나는 제라드에게 만큼은 예우를 다했다.
자신을 믿어준 리버풀 팬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선사하지 못한 제라드는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나아진 모습이었다. 내년에는 더 큰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구단에 대해 애정을 나타냈다.
한편 제라드는 이번 시즌 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는 지난 1월 미국프로축구(MLS) LA갤럭시와 계약을 맺었다. 오는 6월 리버풀과 계약이 만료되는 제라드는 시즌 초부터 재계약 제의를 받았으나 결국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1987년 리버풀 유소년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제라드는 1998년 1군에 입단, 리버풀 원클럽맨으로 활약해왔다. 그는 리버풀을 리그컵 3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2회, UEFA 챔피언스리그 1회, UEFA컵 1회 등으로 이끌며 구단 전설로 추앙받았다.
사진= 스티븐 제라드.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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