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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쉘 위 댄스?

입력
2015.05.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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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무용학원이 많다. 1년 전 이사 왔는데, 요새 깨달았다. 턱없이 그게 눈에 띄는 까닭은 어떤 친절(한 건지 짓궂은 건지 헷갈리지만)한 분이 춤을 춰보면 어울릴 것 같다고 한 얘길 곧이곧대로 들어서인데, 자중하려 한다. 군살이 늘고 유연성은 나날이 떨어져 잠에서 깰 때마다 이상한 각기춤(?)을 추며 신음해야 하는 처지에 무용이라니. 스스로도 민망해 낯이 붉어질 일. 그럼에도 자꾸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된다. 수강생의 99%가 여성임에 분명할 그곳에 들어가 이상야릇한 옷을 입고 봉 위에 한쪽 다리를 올려놓고 있는 장면 따위가. 무릎이 제대로 펴지지 않고 장딴지 근육이 올라 자빠지거나, 급작스런 구동에 놀란 아랫배가 가스를 뿜어 웃음거리가 되는 장면 등도 이어진다. 다시, 낯이 붉어진다. 하지만 머릿속엔 연신 이상한 장면이 떠오른다. 기어이 무릎이 펴지고 가랑이가 유연하게 벌어져 양손으로 큰 원을 그리며 사뿐사뿐 걸어가는 중년 남자의 모습. 가관이군. 다시, 낯이 화끈. 그런데, 그럴수록 이상한 오기가 생긴다. 내 몸을 내 마음대로 멋있게 운용하겠다는데 무슨 체면이나 제한이 있겠냐는 것. 그래서 몸에게 묻는다. “날고 싶니? 자유롭고 싶지 않니?” 하늘을 보니 새가 난다. 땅엔 나무들이 가지를 활짝 뻗고 있다. 대답을 찾는 대신 그걸 바라본다. 그 사이로 무용학원 간판이 또 보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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