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혹해 무작정 갈아탔다간 낭패
필요성·금리·환급액 고려할 필요
보험·펀드·신탁 결정이 선택의 절반
운용실적 따져 포트폴리오 구성
펀드 경우 사후 관리 제공 따져야
“연금저축 갈아타시면 상품권을 드려요.”(OO증권)
“계좌이체하시고 최신 휴대폰 받아 가세요.”(XX은행)
지난달 말 연금저축 계좌이체 간소화 방안이 시행되며 연금저축 갈아타기가 한층 쉬워졌다. 자연히 연금저축 기존 고객을 경쟁사로부터 빼앗으려는 금융회사들의 이벤트 경쟁도 치열하다. 상품권, 휴대폰, 여행권, 건강검진권 등 이들을 유혹하려고 내놓은 경품들도 다양하다.
하지만 옮길 때 받는 선물에만 혹해 연금저축을 갈아탔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휴대폰 번호이동을 잘못하면 그 여파는 한두 해에 그치지만, 연금저축을 잘못 갈아탔다 실패하면 자칫 인생 계획 전체가 꼬일 수 있다. 연금저축 전문가들의 조언을 중심으로 연금저축 잘 갈아타는 방법을 알아봤다.
사전단계-진짜 갈아탈 건지 자문해 보라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은 ‘진짜 갈아탈 필요성이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해 보는 것이다. 경품이 마음에 든다고, 지금 당장 수익률이 낮다고 갈아타기엔 잃어야 할 게 의외로 많다. 연금저축은 자금 일부를 이전할 수 없고 전액을 옮겨야 하기에 한 번 갈아타면 그에 따르는 손해를 만회하기 쉽지 않다.
특히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한 경우 7년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환급액이 원금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연금저축보험은 초기 수수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2000년대 초반에 가입한 확정이자율 상품의 경우 지금 가입할 수 있는 상품보다 고금리를 줄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경우엔 갈아타는 것보다 상품을 계속 유지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1단계-보험ㆍ펀드ㆍ신탁 중 하나 골라라
만약 갈아탈 결심이 섰다면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셋의 차이를 이해하고 하나를 선택하는 일은 연금저축 갈아타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 기대 수익률이 낮더라도 원금보장을 중시하면 연금저축보험이나 연금저축신탁을, 원금손실을 감수하더라고 고수익을 노리려면 연금저축펀드로 갈아타는 게 좋다.
먼저 연금저축보험은 매월 정해진 액수를 내야 하고 그 납입 보험료에 비례해 수수료가 부과된다. 공시이율(보험사가 시중금리와 자산운용수익률 등을 감안해 적용하는 이율)만큼 수익을 얻으며 공시이율이 아무리 낮아도 최저보증이율은 보장된다. 당연히 원금보장 및 예금자보호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상품 특성상 가입 초기에는 사업비가 많이 떼일 수 있다.
이와 달리 연금저축펀드는 납입금액과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수수료는 적립액에 비례해 매겨진다.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으며, 실적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 자기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구성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원금을 잃어버릴 수 있어, 나이가 젊어 투자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있거나 투자성향이 공격적인 사람에게 어울린다.
연금저축신탁은 위의 두 상품을 혼합한 개념이다. 원금 보장 및 예금자보호가 되면서도 납입금액과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2ㆍ3단계-내게 맞는 회사와 포트폴리오를 찾아라
다음 단계로는 연금저축을 맡아 줄 회사를 골라야 한다. 1차적으로 수수료나 그 동안의 운용실적(수익률) 등 객관적 수치를 알아 보는 게 중요한데, 이것은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연금저축 통합공시’ 사이트를 참조하면 좋다. 이어 그 회사가 내 돈을 맡아주면서 어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귀찮더라도 해당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해 자산운용전략, 포트폴리오 구성, 부가서비스 등을 확인해 보는 게 좋다.
마지막 단계는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일. 만약 연금저축보험으로 갈아탄다면 보험사에서 알아서 투자해 주기 때문에 특별히 결정할 것은 없고, 연금저축신탁의 경우엔 채권형인지 안정형(주식투자 10% 미만)인지를 정해주면 된다.
연금저축펀드의 경우 가입자 스스로 위험 수준(주식투자 비중)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투자성향, 나이(실패 시 만회 가능성), 은퇴시점, 다른 노후준비 수단 유무 등을 따져 봐야 한다. 특히 연금저축펀드는 수시로 수익률을 체크하면서 투자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해당 증권사가 사후 관리를 얼마나 철저하게 제공하는지도 챙겨야 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도움말 주신 분들
박상준 미래에셋증권 부장, 김영관 교보생명 매니저, 정효영 대우증권 과장, 홍승희 삼성화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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