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만 49㎞ 주행 가능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 손쉬워
충전 걱정 없이 장거리 주행
일본에 하이브리드 선점당한 독일차
앞다퉈 PHEV 선봬
독일산 디젤 자동차는 소음이 심하고 승차감이 떨어지는 디젤 엔진의 약점을 극복했다. 배출가스까지 대폭 줄인 클린 디젤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했고, 최근 수년 간 국내 수입차 시장도 평정했다.
디젤차로 톡톡히 재미를 본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이제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디젤차를 대신할 독일차들의 새로운 병기는 외부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차량(PHEV)이다.
내연기관 못지 않은 성능의 PHEV
지난달 27일 5도어 해치백 스타일의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 10대가 제주에 등장했다. 지난해 중순 유럽에서 판매가 시작된 아우디의 첫 번째 양산형 PHEV인 이 차는 아직 한국에서 출시되지 않았다. 아우디 코리아는 국내 언론에 성능을 선보이기 위해 호주에서 기술진과 함께 이 차들을 실어왔다.
제주 서북쪽 도로에서 시승한 A3 스포트백 e-트론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하나의 차체에 오묘하게 결합된 차였다. 트립(Trip) 컴퓨터에 표시된 최대 주행거리 890㎞ 중 전기로 운행 가능한 거리는 49㎞.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들의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보다 떨어지는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운전자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33㎞인 점을 감안하면 일상에서는 순수하게 전기차로만 운행할 수 있다.
A3 스포트백 e-트론은 대시보드에 달린 버튼 하나로 차의 상태를 전기차 주행인 ‘EV’, 주행 중 배터리를 충전하는 ‘하이브리드 차지’, 배터리 에너지를 보존하는 ‘하이브리드 홀드’, 장거리 운행 시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는 ‘하이브리드 오토’ 모드로 손쉽게 변경할 수 있었다.
EV 모드로 약 30㎞를 주행 뒤 하이브리드 차지 모드로 달리자 19㎞까지 떨어졌던 전기차 주행 가능거리가 다시 원래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렇게 되면 부족한 충전 시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우디 관계자는 “한번 주유하면 최대 940㎞를 달릴 수 있어 충전에 대한 걱정없이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며 “유럽 기준 연비는 ℓ당 66㎞”라고 설명했다.
PHEV에 대한 선입견을 날려버릴 만큼 주행성능도 강력했다. 시속 130㎞까지 모터로만 달렸고, 이 속도를 넘어서면 150마력을 내는 1.4 TFSI 엔진이 작동된다. 모터와 엔진을 둘 다 가동하면 디젤 엔진 부럽지 않은 204마력이 나온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7.6초에 불과하다.
아우디보다 1주일 앞서 폭스바겐이 공개한 PHEV 골프GTE도 성능에서 뒤지지 않는다. A3 스포트백 e-트론과 플래폼을 공유하는 골프GTE는 ‘서민의 포르쉐’란 골프의 별명이 무색하지 않은 속도와 파워, 가속성능을 발휘했다.
진격의 독일 PHEV 군단
독일차는 지난해 19만6,359대가 팔린 국내 수입차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수입차 상위 10개 중 하이브리드차인 렉서스 ES300h를 제외한 9개 차종이 모조로 독일 디젤차였다.
이처럼 국내에서 강세를 보이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PHEV 출시에 나서고 있다. 독일차의 경우 토요타로 대표되는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선점한 하이브리드차를 건너 뛰고, 바로 PHEV로 진입하고 있다. PHEV 시장을 장악하면 다음 단계인 완전한 전기차 시장 평정도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BMW는 3월 말 국내 판매 1호 PHEV인 스포츠카 ‘i8’을 선보인데 이어, 9월에 두 번째 PHEV인 SUV ‘X5 xDrive40e’를 선보일 예정이다. 포르쉐도 최근 4륜 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최초의 PHEV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아우디는 하반기 중 A3 스포트백 e-트론의 국내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업체는 시장 상황에 따라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세계 최초의 디젤엔진 PHEV Q7 e-트론을 들여올 수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3,000㏄ 엔진을 얹은 럭셔리 PHEV ‘뉴 S500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를 연내에 국내 판매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말부터 세계 시장에서 순차적으로 출시하는 골프GTE를 이르면 내년에 국내에서 판매한다.
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당장 내놓을 수 있는 PHEV는 다음달 출시 예정인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뿐이다. 독일산 디젤차 꽁무니를 쫓아가다 앞으로는 독일산 PHEV 뒤를 따라가야 하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독일 업체들은 워낙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해 PHEV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PHEV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디젤차 때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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