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체제 유지ㆍ보수 구현 의도...황우여ㆍ나경원 등 요직 맡아와
野, 진보적 인사로 차별화 주력...문재인ㆍ이종걸 등 전면 내세워
與 "직역 다양화" 영입 감소세... 野선 되레 법조인 전성시대 구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됨에 따라 제1야당의 투 톱 진용은 변호사 선후배로 짜여졌다. 사법시험 20회인 문재인 대표는 이 원내대표(사시 30회)의 법조계 선배다. 여기에 원내 수석부대표에 역시 변호사 출신의 이춘석 의원(사시30회)이 기용되면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법조인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일신은 19대 총선 법조인 출신의 대거 진입과 연관이 깊다. 당시 ‘법조당’으로 불리던 새누리당이 법조인 출신의 진입에 제한을 둔 것과 달리 새정치연합은 법조인 출신 기용에 발을 벗고 나섰다. 이로 인해 여야의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거의 비슷한 비율이 됐다.
여야의 엇갈린 전략은 3년여가 지난 지금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여의도 정가의 평가를 종합하면 여야를 막론하고 “사법과 입법이 동전의 양면인 직역이라 전문성과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긍정론과 “서민 정치를 몰라 정무적 감각이 떨어진다”는 부정론이 여전히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었다.
여야의 상반된 법조 출신 정치인 활용법
10일 국회에 따르면 19대 현역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법조인 출신은 새누리당이 23명, 새정치연합이 22명으로, 전체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법조인 출신을 중용하는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 당의 정체성이 뚜렷이 드러난다.
새누리당은 기존 법률에 근거해 법을 집행을 하고, 이를 판단하는 검사(13명)와 판사(8명) 출신이 변호사 출신(2명)을 압도하고 있다. 체제 유지와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는 보수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법조인을 중용한 것으로, 실제로 과거 당의 중역을 맡은 법조인들도 홍준표(검사) 안상수(검사) 황우여(판사) 나경원(판사) 등 판·검사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기존 법률의 빈 틈과 오류를 지적하고 그 틀을 깨려는 변호사 출신(17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각각 2명, 3명에 불과한 검사·판사 출신도 대법원 사법개혁추진위원회 간사였던 박범계 의원처럼 현직 시절에도 기관 내에서 진보적 인사로 분류됐던 인물들이다. 법조 인력을 충원하면서도 개혁성을 우선 순위에 둬 차별화에 주력했다는 얘기다.
특히 새정치연합에는 진보 성향 법률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들이 대거 진입했다. 민변 출신 국회의원은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를 필두로 문병호 송호창 정성호 진선미 최원식 등 7명이나 포진해 있다. 4·29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재입성한 천정배 의원 역시 민변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한 원로 법조인이다.
법조 출신 정치인 감소세 속에 야당은 영입 강화
장기적으로는 법조 출신 정치인의 여의도 입성이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다. 14대 총선에서 25명(8.4%)의 법조인이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후, 15대 41명(13.7%), 16대 41명(15%), 17대 54명(18%)로 상승 곡선을 그렸으나, 18대 59명(19.7%)를 정점으로 19대엔 48명(16%)이 활동 중이다.
법조인 출신 감소세는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한 때 ‘법조당’이라 불릴 만큼 법조인이 당의 주요 요직을 차지했던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이 2011년 “19대 총선에 법조인 출신 영입을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19대 총선에서 신규 법조인 출신 공천자를 5명으로 줄였다. 이미 당내에 법조인 출신이 주류와 기득권을 차지하는 만큼 비중을 줄여 ‘직역 대변 다양화’에 응답하고 당내 불만을 다독인 셈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전신 민주통합당은 오히려 19대 총선 당시 신규 법조인 13명을 공천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다선 의원은 “개혁성향 인물을 등용하는 통로가 여전히 좁은 점은 감안하면 20대 총선에서도 법조 출신 강화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심윤지 인턴기자(이화여대 정치외교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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