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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 '亞 여성노동자의 삶' 베니스비엔날레를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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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 '亞 여성노동자의 삶' 베니스비엔날레를 사로잡다

입력
2015.05.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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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노동조건과 불안정성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

35세 이하 작가 수상 관행도 깨

임흥순은, 회화 전공한 뒤 다양한 매체로 작품

4·3사건과 제주 해군기지 반대 다룬 장편영화로 2012년 감독 데뷔

9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시상식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9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시상식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60년대 구로공단과 현재 캄보디아 봉제공장을 가로지르며 가장 열악한 여성 노동자의 삶, 가장 치열했던 여성노동운동의 역사를 실험적으로 보여준 한국 영화가 베니스비엔날레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감독 임흥순(46)이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으로 9일 개막된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차석상인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인 국제전에 출품한 한국 미술작가로서는 처음이자, 한국 작가로선 역대 가장 높은 등급의 상을 받은 것이다.

임흥순의 '위로공단'은 한국과 동남아시아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하나로 연결시킨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회화적 이미지가 여성 노동자 내면의 풍경을 드러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임흥순의 '위로공단'은 한국과 동남아시아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하나로 연결시킨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회화적 이미지가 여성 노동자 내면의 풍경을 드러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본 전시인 국제전에는 ‘모든 세계의 미래’라는 주제로 53개국 13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95분 길이의 ‘위로공단’은 가족을 위해 희생해 온 아시아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헌사다. 작가 자신의 어머니를 비롯해 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지에서 어렵게 살아온 여성 노동자의 사연을 인터뷰로 담았다. 인터뷰 사이에 행위예술 영상을 삽입해 이들의 내면 풍경을 표현했다. 임흥순은 “40년 넘게 봉제공장 ‘시다(보조 일꾼)’ 생활을 해 오신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을 해온 여동생의 삶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대표를 비롯한 5명의 베니스비엔날레 심사위원단은 ‘위로공단’이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 조건과 관련된 불안정성의 본질을 섬세하게 살펴본 영상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시상대에 선 임흥순은 “삶과 일터에서 신념을 갖고 살아오신 많은 여성분들께 감사 드린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는 “예상치 못하게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면서도 “영화의 내용으로도 다룬 아시아와 한국의 어두운 노동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위로공단’은 한국의 1960~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역사를 현재 동남아시아의 여성 노동 현장과 연결시켜 조명한 작품”이라며 “다큐멘터리 영화 가운데 삽입된 미술적 장치가 소격효과(감정 이입을 단절하는 효과)를 발휘해 무거운 영화 내용을 편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근준 미술평론가는 “한국 여성 노동자들의 역사를 소재로 꾸준히 작업해 온” 임흥순의 작품이 정치성 강한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호응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임흥순의 ‘위로공단’은 오쿠이 엔위저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이 선호할 만한 탈식민주의적 작품”이라며 “아시아 여성 노동자라는 서구인들이 잘 모르는 정치적인 주제를 인상적으로 전달해 은사자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엔위저 예술감독은 2008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았을 때도 제3세계 사회·정치적 문제에 주목했었다.

임흥순은 경원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사진ㆍ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해왔다. 경기 성남시와 서울 강서구ㆍ금천구에서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2012년 제주 4ㆍ3사건과 강정마을 해군기지 설립 반대운동을 다룬 장편영화 ‘비념’으로 영화감독에 데뷔했다. ‘위로공단’은 그의 두 번째 장편으로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인천다큐멘터리포트 ‘베스트러프컷’과 서울독립영화제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미술전(홀수 해)과 건축전(짝수 해)이 격년으로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최고 영예상은 황금사자상으로 국가관, 본 전시 최고의 작가, 공로자에게 시상한다. 은사자상은 주로 본 전시에 출품한 35세 이하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관행상 임흥순의 수상은 이례적이다. 이밖에 국가관과 작가 큐레이터 등에게 특별언급상을 시상하는데 1995년 전수천, 1997년 강익중, 1999년 이불이 한국관 전시에 참여해 특별언급상을 받았었다. 본 전시인 국제전에는 2001년 서도호가 한국 작가로서는 처음 초청된 이래 상을 받지 못하다가 6년 만에 한국 작가가 초청된 올해 의외의 수상 결과를 얻었다.

임흥순과 함께 본 전시에 초청된 김아영은 행위예술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 3’을, 남화연은 영상 작품 ‘욕망의 식물학’을 선보였다. 이숙경 영국 테이트미술관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한 한국관에서는 문경원과 전준호가 영상작품 ‘축지법과 비행술’을 발표했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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