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일에 집 근처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며 해당 직원을 해고한 회사의 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차행전)는 호텔롯데가 “직원 권모씨에 대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호텔롯데는 권씨가 마케팅팀 매니저(과장급)이던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법인카드로 171차례 사용한 388만원을 문제 삼았다. 이 돈은 권씨가 휴무ㆍ휴가일이나 퇴근 이후 집 근처 반경 500m 이내에서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이었다. 회사 측은 대부분 치킨ㆍ피자가게 등에서 쓴 소액 결제라며 사적 사용이라고 결론짓고 권씨를 해고하는 한편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검은 이 가운데 32차례 77만원만 권씨의 부정사용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고 항소심에서는 카드 부정사용액을 13만원(5차례)만 인정됐다.
이에 권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은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는 할 수 있지만 해고사유는 아니다”고 권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부정사용 액수가 적어 회사에 큰 피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고용관계를 유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는 것이다.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낸 호텔롯데에 대해 재판부도 부당해고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휴무일 등에 거주지 주변 치킨 집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점에서 사적 사용을 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지만 (해고) 징계사유는 형사사건에 버금가는 명확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마케팅 활동 특성을 고려하면 휴무일과 근무시간 외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개인 용도로 썼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가 권씨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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