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가 다시 낸 시험성적서도 부적격 제품에 대한 것으로 확인돼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 축구훈련장 인조잔디 구매ㆍ설치 공사와 관련, 규격 미달 제품에 대한 국제축구연맹(FIFA) 2Star 랩(Labㆍ연구소) 테스트 시험성적서로 광주시와 계약을 체결해 법원으로부터 부당 입찰에 따른 공사중단 결정을 받은 납품업체가 다시 시험성적서를 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입찰공고 및 시방서상의 구매 규격에 대한 시험성적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시는 해당 납품업체에 공사를 계속 맡기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특혜를 주려는 의도가 뭔지 의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는 지난 4일 납품업체인 A사로부터 광주시공무원연수원 축구장에 설치한 인조잔디가 FIFA 2Star 랩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시험성적서를 제출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A사는 지난달 9일 잔디길이 55㎜ 이상에 규사와 충진재인 SEBS칩을 1㎡ 당 11㎏을 넣도록 한 구매 규격과 다른 잔디길이 40㎜짜리 규격에 대한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로 시와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들통나자 잔디길이만 55㎜ 바꿔 뒤늦게 랩 테스트를 의뢰했다. 시가 계약 체결 전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제출토록 한 입찰공고 규정을 어기고 A사에게 계약 체결 후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내도록 특혜를 준 것이다.
하지만 A사가 뒤늦게 제출한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마저도 구매 규격의 인조잔디에 대한 시험성적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A사가 FIFA 지정 시험대행기관에 의뢰해 인증을 받은 인조잔디 규격의 기본구조 항목 중 충진재 양은 당초 시방서상의 구매 규격보다 적은 1㎡ 당 8㎏이었다. 또 당초 기본구조 항목엔 없던 충격흡수용 패드 10㎜짜리가 포함돼 있다. 결국 A사가 제출한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상의 인조잔디 규격으로는 설치 공사를 할 수 없고, 이미 광주시공무원연수원에 설치된 인조잔디도 모두 걷어내야 할 판이다.
더 황당한 것은 당초 시가 규정한 시방서상의 인조잔디 구매 규격으로는 FIFA 랩 테스트뿐만 아니라 필드 테스트도 통과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시는 애초 구매 규격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FIFA 2Star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보유한 국내 업체로부터 FIFA 인증을 받으려면 충격흡수용 패드를 함께 설치해야 한다는 자문을 받고도 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잔디길이 55㎜ 이상의 국내 제품에는 충격흡수용 패드가 깔리지 않아 FIFA의 충격흡수율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지적을 무시한 채 패드를 구매 규격의 기본구조 항목에서 뺀 것이다. 한 마디로 시가 엉터리 규격으로 인조잔디 구매ㆍ설치 공사를 발주를 한 셈이다.
그러면서 시는 시방서에 ‘기본구조는 FIFA 2Star 필드테스트(인증)에 필요할 경우 발주청과 협의 조정 가능’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시가 업체와 계약 체결 후 필드테스트 통과를 위해선 충진재 양을 조절하고 패드도 깔 수 있도록 기본구조를 바꾸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시는 이 단서를 엉뚱한 데 적용했다. 시는 ‘발주청과 협의 조정 가능’이라는 문구를 근거로 A사로부터 구매 규격에도 맞지 않는 ‘잔디 길이 40㎜+패드 10㎜+칩’구조의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제출 받아 지난달 27일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시가 자신의 입맛대로 단서 문구를 ‘전가의 보도’처럼 설계 변경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 법원은 공사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시방서 단서 문구를 근거로 계약체결 단계에서부터 구매 대상 물건을 다른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시의 주장은 허용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시 관계자는 “어차피 어느 업체가 납품하는 인조잔디가 됐든 그 규격으로는 시방서 규격과는 안 맞다”며 “시방서 단서 규정에 따라 인조잔디의 기본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해명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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