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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하코네산

입력
2015.05.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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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箱根)는 일본 도쿄 남서쪽의 온천마을이다. 후지산을 조망할 수 있는 호수 아시노코(芦ノ湖), 화산 속 마그마가 데워 올린 온천수, 여기에 수도권과 가깝다는 이점까지 더해져 마을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도쿄 신주쿠역에서 5,140엔짜리 티켓 한 장을 구입하면 철도, 산악열차, 케이블카, 유람선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이틀 동안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 한 해 방문객이 2,000만 명에 달한다. 일본 관광산업의 결정판 혹은 여행 종합선물세트로 불린다.

▦ 하코네는 화산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과거 후지산의 대폭발로 이시가라(足柄) 지역에 길이 트였다. 아시코노는 3,000년 전 하코네산의 수증기 폭발로 생긴 폐색호이다. 이 곳을 운행하는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후지산은 가히 절경이다. 하코네 관광의 하이라이트 격인 오와쿠다니(大涌谷)는 당시 만들어진 분화구인데 지하에서 솟아나는 온천수의 온도가 섭씨 90도에 육박한다. 유황 성분이 짙은 이 물에 계란을 삶아내면 흰색 껍질이 까맣게 변한다고 해서 구로타마고(黑卵)라고 부른다. 계란을 한 개 먹을 때마다 수명이 7년 길어진다는 속설까지 곁들여져 관광객을 부른다.

▦ 일본 기상청이 최근 하코네산 분화경계 2단계를 발효했다. 2009년 이 일대에 분화경계가 발령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근래에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활동이 고조됐다”고 우려한다. 오와쿠다니 분기공 근처에서는 제트기가 나는 듯한 굉음이 울려 관광객 접근이 차단됐다. 화산활동의 결과인 자연환경 덕분에 경제적 혜택을 누린 주민들이 이제는 화산활동 우려로 관광객이 줄어 울상을 짓는 처지다.

▦ 수상한 것은 하코네산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온타케산의 폭발로 등산객 57명이 목숨을 잃었다. 규슈의 사쿠라지마 분화구는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128일 동안 500차례나 폭발적 분화, 1955년 관측 이래 사상 최단 기록을 세웠다. 아소산에서도 최근 20년 만에 ‘진도 1’ 수준의 화산성 미동이 감지됐다. 지구상 최대 규모의 화산폭발을 일으킨 아소산이 재폭발하면 한반도 남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쩍 활발해진 일본의 화산 활동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창만 논설위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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