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유니버스 日대표 아리아나
"정체성 고민하다 목숨 끊어… 인종차별 인식 바꾸고 싶다"

지난 3월 일본 미인대회 사상 처음으로 혼혈인으로 미스 유니버스 일본대표에 선발돼 화제가 됐던 미야모토 아리아나(20)가 자신이 미인 선발대회에 나선 것은 “친구의 죽음” 때문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아리아나는 지난 1일 허핑턴포스트저팬과 인터뷰에서 “지난해는 미스 유니버스 나가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거절했다”면서 “마음이 바뀐 것은 지난해 봄 친구이며 일본인과 미국계 백인의 혼혈인 남자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다 목숨을 끊은 사건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리아나는 자신과 동갑이었던 그 친구가 “‘내가 있을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털어놓고 며칠 뒤 숨졌다”며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혼혈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대회에 나갈 결심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리아나는 태어나고 돌이 지났을 무렵 부모가 이혼했고 아버지는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버렸다. 그 뒤 나가사키에서 어머니와 외가의 보살핌 속에 컸다. 하지만 아리아나 역시 어린 시절 적잖은 차별에 시달렸다. 5세까지는 주위 아이들이 “쓰레기를 던진다거나 웃음거리로 삼았다”며 “‘색이 물든다’며 소풍 갈 때나 운동을 할 때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영할 때도 같은 말을 들었다”면서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는데도 ‘미국에 돌아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때 가장 큰 힘이 됐던 건 어머니의 위로였다. 아리아나는 “어머니가 ‘네 피부는 예뻐’ ‘모두 부러워서 그렇게 말하는 거야’라고 말해준 것이 어려움을 이겨낼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학 3학년 때 미국에 가서 처음 아버지를 만난 뒤 “뿌리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 이후 차츰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리아나는 이번 일본 대표 선발에 논란도 있다는 질문에 “일본은 세계화됐다고 말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는데도 일본인이 아니라면 혼혈인 우리는 누구인가”라고 되물으며 “그것은 바로 외국인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인식을 바꿔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내에서 비판이 나오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이미 생각했던 일”이라며 “비판이 없다면 (내가)대회에 나온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안팎의 언론이 저에 대한 이야기를 기사로 다뤄주면 줄수록 인종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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