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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닮은 아이다, 드라마틱하게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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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닮은 아이다, 드라마틱하게 보여드릴게요

입력
2015.05.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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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임세경, 伊 베로나 축제서 아이다 주인공 한국인 최초 캐스팅

"배역 중 특별히 사랑하는 인물이죠"

임세경은 6월 22일 이탈리아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개관 공연에서 “가곡 ‘그리운 금강산’ 등을 부른다”며 “국악인 유태평양과 함께 ‘아리랑’ ‘엄마야 누나야’를 편곡한 이중창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세경 제공
임세경은 6월 22일 이탈리아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개관 공연에서 “가곡 ‘그리운 금강산’ 등을 부른다”며 “국악인 유태평양과 함께 ‘아리랑’ ‘엄마야 누나야’를 편곡한 이중창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세경 제공

“베로나 축제는 이탈리아 국민 모두 관심 갖는 무대죠. 15년 외국 생활 중 가장 큰 쾌거에요.”

세계 최대 야외 오페라 축제인 이탈리아 베로나 축제의 오페라 ‘아이다’ 주인공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40)은 들떠 있었다. 102년 역사의 이 축제에서 아이다역을 한국인이 맡은 것은 처음이니 그럴 만도 하다. 소프라노 아마릴리 니차, 모니카 자네틴 등과 함께 아이다를 맡아 8월 9일 무대에 오른다.

임세경은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베로나 캐스팅 담당은 지휘자 지아난드레아 가바체니의 손자 파올로 가바체니”라며 “이 축제에 섰던 마리아 칼라스, 레나타 테발티 등 세기의 소프라노와 저를 비교한 후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작된 베로나 축제는 매년 여름 약 3개월에 걸쳐 개최된다. 올해는 6월 19일부터 9월 6일까지 ‘아이다’를 비롯해 ‘나부코’ ‘돈 조반니’ ‘토스카’ 등 오페라 6편이 오른다. 한번에 2만5,0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원형경기장에서 공연하기 때문에 실내공연장과는 다른 성량과 음색이 필요하다. 그래서 성악가에게는 영광인 동시에 공포의 무대다. 대극장 뒤쪽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압도적 성량을 가진 임씨에게는 그래서 적격인 무대이기도 하다.

임세경은 “오디션 때 피아노 반주에 확성기를 달아 무대에 설치해놓았다. 오디션 후 축제에 아이다로 캐스팅됐고, 올 겨울 베로나 필아르모닉 극장에서 공연되는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레오노라역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에티오피아 공주였지만 전쟁 포로로 끌려온 아이다,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를 둘러싼 이야기다. 임세경은 “아이다는 실제 저와 닮은 면이 아주 많아 오페라 배역 중에서도 특별히 사랑하는 인물”이라며 “여리면서도 강한 내면을 섬세하고 드라마틱하게 선보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국립극장에서 ‘아이다’역으로 주목 받은 후 유럽무대에서 수십 차례 아이다 역할을 맡았다.

임세경은 한양대 성악과 졸업반 때 집안이 어려워져 사설음악학원에서 3년간 피아노 강사로 유학비를 벌어 2001년에 이탈리아 유학을 떠났다. 2004년부터 3년간 라스칼라 극장 연주자 과정을 밟을 때도 키 작은 동양인 성악가라고 무시를 당했다. 계약 기간 1년을 남기고 캐스팅 담당자 앞에서 노래할 기회를 얻었고, 그 이후로 여러 배역을 따내며 유럽무대에 섰다.

또 한번의 기회는 지난 1~2월 빈 국립오페라단의 ‘나비부인’ 주역 초초상으로 무대에 서면서 찾아왔다. “오디션 때 아리아 한 곡을 부르자 극장장이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하더군요. 빈 오케스트라는 콧대가 세서 ‘나비부인’처럼 유명한 작품은 리허설 없이 공연 당일 연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반주에 처음 불러보는 무대라서 힘들고 떨리는 공연이었는데, 기립박수가 나오자 ‘수년간 일어나지 않았던 광경’이라고 극장장이 안아주더군요.”

스위스 로잔느국립극장 등 오페라 관계자들이 이 무대를 보고 앞다퉈 임씨를 캐스팅하기 시작해 2017년까지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 세계 주요극장 공연 계획이 잡혔다. 내년 6월에는 베로나에 버금가는 스위스 아방슈 오페라축제에서 ‘나비부인’ 초초상으로 무대에 선다. 임세경은 이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목 관리”를 해야 한다며 “앞으로 말수를 줄이고 식단도 신경 써서 성숙된 음악과 무대 매너로 장수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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