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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퇴짜 놓는 행복의 나라

입력
2015.05.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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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한대수 선생을 못 본 지 오래되었다. 환갑 다 돼 딸 양호를 본 이후론 그가 사는 집 근처를 지나다가 우연히 만난 게 전부다. 두 번 그랬다. 신기한 게 그 동네(지명은 함구, 오래된 번화가다)를 지나게 될 때면 떠오르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그가 떡하니 나타나는 일이었다. 그러고는 안부. 마지막으로 봤을 때엔 양호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아기를 낳아보면 자본주의가 뭔지 알게 돼, 크하하하!” 웃었다. 나도 그를 따라 “크하하하!” 웃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릴 쳐다봤다. 그나 나나 가만있어도 눈에 띄는 몰골. 안 쳐다보면 외려 우리가 서운할 일. 양호 태어나기 전, 그의 집에서 술을 먹다가 거리로 내려와 벤치에서 2차를 한 적 있다. 메뉴는 편의점에서 사온 과자와 소주. 부산한 초저녁이었다. 그가 내게 지령을 내렸다. 지나가는 멋진 아가씨를 꼬셔 오라는 것. 마침 지나가던 두 명의 여성에게 내가 수작을 걸었다. 대뜸 퇴짜. 그 시각에 그 장소에 그 몰골로 취해있는 괴물들이라니. 내가 아가씨라도 퇴짜. 그리고 원샷 원샷. 뭐, 그런 일들이 있었다는 거다. 그런데, 우스운 얘기라고 늘어놓았지만, 그러다보니 슬퍼진다. 그가 노래한 ‘행복의 나라’가 이 땅은 아닌 것만 같아서. 멋진 아가씨들이 아닌, 마음껏 노래하지 못하게 하는 그의 삶과 그가 사는 세상이 그를 퇴짜 놓는 것만 같아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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