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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작품에 정부 지원 몰아주기… 대학로 연극인들 아사 직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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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작품에 정부 지원 몰아주기… 대학로 연극인들 아사 직전 상태

입력
2015.05.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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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올라 소극장 줄줄이 폐관

연극인포럼, 대안 모색 나서

"창작공간 등 제작 인프라 지원 확대

실험극 올릴 공간 따로 만들어야"

8일 포럼 '길을 잃다. 길을 묻다'에 참석한 박정의(왼쪽에서 두 번째) 극단 초인 대표와 김세환(세 번째) 연출가 등은 "공연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신진 예술가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부의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북문화재단 제공
8일 포럼 '길을 잃다. 길을 묻다'에 참석한 박정의(왼쪽에서 두 번째) 극단 초인 대표와 김세환(세 번째) 연출가 등은 "공연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신진 예술가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부의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북문화재단 제공

연극인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문화예술의 거리, 대학로 붐을 이끈 주역들이 결국 임대료 상승으로 터전에서 밀려나는 상황에 대해 연극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했다. 대학로소극장(1987년 설립) 학전그린소극장(1993년 설립)을 비롯해 1990~2000년대 소극장 문화를 이끌었던 대학로의 공연장들이 잇따라 폐관함에 따라 연극인들의 창작 환경과 정부 지원체계의 문제가 심각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8일 서울 삼선동 성북구청에서 열린 연극인포럼 ‘길을 잃다, 길을 묻다’에서는 행정편의주의적 정부 지원에 질타가 쏟아졌다.

박정의 극단 초인 대표는 “현재 대학로는 임대료 상승과 소극장 난립, 영세한 극단들이 만들어내는 주목 받지 못하는 공연들로 스스로 지쳐가고 관객과 평단에게 외면 받는 아사(餓死) 직전의 상태”라고 말했다. 대학로는 이제 대기업 주도로 만들어지는 뮤지컬과 상업연극이 주도해 다양한 창작 연극은 점점 입지가 좁아진다는 이야기다.

‘대학로 소극장 폐관 사태’로 대표되는 연극계의 고전은 정부의 지원제도와 극단 중심의 연극 제작 방식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박 대표는 “정부 예술지원정책은 등수에 따라 작품 제작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최근 몇 년간 국공립 단체를 중심으로 제작비를 몇 억씩 들인 공연이 등장했지만 전반적인 작품 수준은 그만큼 향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수의 작품에만 지원을 몰아주다 보니 실험성 있는 창작 연극은 제작을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무대가 화려한 대형작품만 남았다는 평가다.

지원금을 타기 위한 인맥 활용, 파벌 만들기 등 부작용도 속출한다는 지적이다. 김세환 연출가는 “지원금 제도의 수혜를 받으려면 2~3년간 연극 활동에 대한 프로필이 필요한데, (젊은 연극인은) 프로필 쌓는 것조차 열악한 환경”이라며 “신인과 중견 구분 없이 창작활동을 하는 거의 모든 극단이 과잉경쟁을 벌인다”고 지적했다.

연출을 겸한 극단 대표가 무소불위의 힘을 갖는 극단 운영방식도 ‘소극장 사태’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정의 대표는 “지원금 대부분이 극단 대표의 통장으로 들어오는 탓에 큰 지원금을 받으면 극단의 성향과 무관한 이름 있는 작가의 작품을 선택해 유명 배우를 섭외하고 좋은 극장에서 비싼 스태프와 공연을 올리는 식”이라며 “극단은 힘의 논리와 도제시스템의 관습이 이상하게 어우러진, 대놓고 착취하는 이상한 공동체가 됐다”고 꼬집었다.

연극인들은 정부가 작품을 선정해 현금으로 제작비를 지원하기보다 창작공간, 공연장 등 제작 인프라를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상업적으로 자립이 어려운 소규모 실험극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어설프게라도 실험하려는 시도가 없다면 연극계의 발전과 변화는 나올 수 없다. 부족하나마 실험극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가는 지원금 제도가 아니라 공유극장, 창작공간을 확대해 예술가들이 교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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