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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돈키호테' 이종걸, 野 원내대표 당선 비결

입력
2015.05.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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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선출된 뒤 문재인 대표와 함께 두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선출된 뒤 문재인 대표와 함께 두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뚜렷한 계파도 색깔도 없는 이종걸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국 방방곡곡 의원들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던 ‘발품’과 ‘끈기’ 덕분입니다.”

7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원내대표로 뽑힌 이종걸 의원의 당선을 두고 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런 평가를 내렸습니다. 사실 이 대표의 당선은 막판까지 확실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변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투표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비노 진영’이 뭉칠 경우 1차 투표에서 1위는 가능할 지 몰라도 막상 2차 결선 투표에 올라가면 ‘범 친노 진영 후보’로 꼽히는 조정식 의원이나 최재성 의원에 밀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이 의원은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결선 투표에서는 우윤근 의원에게 졌습니다. 이날 경선에서도 이 의원은 1차 투표에서 38표를 얻어 33표를 얻은 최재성 의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결선 투표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습니다. 이 의원은 66표로 61표에 그친 최 의원을 이기고 ‘삼수’ 끝에 제1야당 원내대표에 오른 것이죠.

그런 이 신임 원내대표가 얼마나 간절히 그 자리를 원했는지는 그가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떻게 애썼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전남 나주ㆍ화순을 지역구로 둔 초선 신정훈 의원은 지난달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습니다. 신 의원은 “지역구 일정을 마치고 자택에 들어가려는 순간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종걸 의원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의정 활동에 애로 사항이 없는지 묻고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말을 하러 연락도 없이 멀리서 찾아와 잠깐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는데요. 심지어 이 의원이 그 전날도 연락 없이 신 의원을 찾아왔다고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있는 곳이라면 밤이고 낮이고 어디든 달려갔다고 하는데요. 연락을 하지 않고 가야 ‘감동 지수’를 높일 수 있다며 일부러 연락 없이 찾아갔다고 합니다. 심지어 지난해 정계 은퇴한 후 전남 강진의 토굴에 머물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를 역시 사전에 연락 없이 직접 찾아 무작정 기다리다 어렵게 만나 대표 경선에서 (손학규 전 대표를 따르는 의원들에게) 도와달라고 얘기 좀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 원내대표는 투표 전날인 6일 열린 경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원내대표 경선에 삼수(三修)하는 저는 책임감과 무게를 더 갖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의원을 뵙고 다녔다. 지난 5주 동안 5,200km를 달렸다”며 “의원님들과 약속이 안 되기도 해서 차에서 자다가 새벽에 만나기도 했다”면서 동정론에 호소하기도 했구요. 심지어 “이번에 떨어지면 자살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성완종 사건이 생기면서 그런 얘기는 못했다. 생명 존중 정당에서 생명을 이러면 되느냐”며 계면쩍게 웃기도 했습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미 경쟁 후보를 지지한다고 알려진 의원들이라도 우직하게 찾아가 얼굴을 보고 얘기를 들으려 했다고 들었다”며 “사실 이 의원이 40대 초반인 2000년대 16대 국회에서 의원 생활을 하다 보니 나이(58)에 비해 선수가 높은 4선 중진 그룹인데다 평소 동료 의원들과 툭 터놓고 편하게 지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어느 누구도 쉽게 표를 주려 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이 의원의 발품이 진정성으로 받아들여 진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이 원내대표는 몇 달 전부터 동료 의원들을 만나면 소설가 김훈씨의 ‘자전거여행’이라는 수필집에 직접 해당 의원을 응원, 격려하는 글을 써서 선물을 하고, 화이트데이에 장미꽃을 여성 의원들에게 선물하는 등 선물 공세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자신의 단점으로 꼽는 점들을 스스로 꺼내 드는 ‘디스’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평소 ‘회의에 자주 늦는다’는 지적을 받아 온 그는 토론회에서 “(저에 대해) 불성실하다, 게으르다는 세평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가 이번에 변해야겠다, 스스로 더 각오를 다지고, 열망을 가지고 해야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평소 자존심 세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알려진 이종걸 의원의 모습을 감안하면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이죠. 한 초선의원은 “정말 목숨을 걸다시피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표현이 지나친 면은 있지만 왜 자살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고 했는데요.

이 원내대표의 그 동안 정치 행적을 보면 ‘돈키호테’ 같은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특정 계파로 분류되지도 않고 주로 혼자서 뭔가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편입니다. 당 내에 그의 측근이라 불릴만한 의원을 찾기 힘든 이유도 이것입니다. 또 왕왕 튀는 행동,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 대표의 성향이 현재의 새정치연합을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는데요. ‘범친노’ 계열 한 인사는 “특정 계파에 쏠리지 않은 것이 여러 계파로 흐트러져 있는 당을 추스르고 힘을 모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단 힘의 균형을 잡기 위해 이 원내대표가 그 누구보다도 운영의 묘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분명한 건 그가 그토록 원했던 원내대표가 됐지만 그가 풀어야 할 숙제는 넘쳐난다는 것이죠. 벌써 그의 첫 데뷔무대였던 8일 아침 최고위원회에서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의 말싸움과 주 최고위원의 퇴장으로 당이 매우 어수선해졌습니다. 자신에게 축하를 보내도 모자랄 판에 최고위원들끼리 말싸움이나 벌이는 모습에 이 원내대표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습니다. 한 당직자는 “앞으로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신고식을 세게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며 “액땜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제 본인이 바라던 원내대표에 올랐으니 이 신임 원내대표가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문재인 대표와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은 회의 시간에 늦는지 안 늦는지를 챙겨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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