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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규모 승전행사…푸틴, 시진핑과 결속력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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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규모 승전행사…푸틴, 시진핑과 결속력 과시

입력
2015.05.1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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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 대전 승전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관람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대통령이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 대전 승전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관람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대통령이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서방과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열린 이날 승전 기념행사는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로 펼쳐져 군사적 위용을 과시하려는 러시아의 의도를 느끼게 했다.

퍼레이드에는 대부분 서방 정상들이 불참하고 옛 소련권 국가들과 러시아 우방인 중국, 인도, 쿠바, 몽골 등 27개국 지도자들만이 사절로 참석했다. 지난 2005년 60주년 기념식 때의 절반에 불과한 하객이었다. 북한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막강한 군사력을 마음껏 과시했다.

퍼레이드는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의장대가 러시아 국기와 1945년 독일 베를린의 의회 지붕 위에 내걸렸던 소련 적군의 승전기를 붉은광장으로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사열을 지휘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으로부터 경례를 받고 연단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70년이 지난 지금 역사는 다시 우리의 이성과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인종 우월주의와 배제주의가 최악의 유혈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푸틴은 "우리는 단극적 세계를 건설하려는 시도와 무력을 앞세운 블록적 사고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목격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세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으며 우리의 과제는 블록 짓기를 배제한 글로벌하고 균등한 안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승기념일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전승기념일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서방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앞세워 일극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푸틴은 2차 대전 승리에서 반(反)나치 연합군의 공헌을 언급하면서 영국, 프랑스, 미국 국민 등에 사의를 표했으나 베를린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통해 나치 독일과 전쟁에 승리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바로 소련 적군이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이날 역대 승전 행사에서 처음으로 2차 대전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제안해 참가자들 모두가 묵념을 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기념사가 끝나자 약 1만 6천명의 군인은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러시아의 각군 부대 외에 중국, 인도, 몽골 등 2차대전에 참전한 10개국 군대도 참여했다.

뒤이어 190여대의 각종 군사 장비와 140여대의 전투기 및 헬기 등이 등장해 지상과 하늘에서 위용을 자랑했다.

2차대전 당시 명성을 날렸던 T-34 탱크와 Su-100 자주포로부터 최신형 T-14 아르마타 탱크와 코알리치야-SV 자주포, RS-24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단거리 전술 미사일 이스칸데르, 첨단 방공 미사일 S-400 등이 차례로 붉은광장을 지나갔다.

이번 승전 행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T-14 아르마타는 미군 주력 전차인 M1 에이브람스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고 무장 능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야르스 미사일은 핵탄두 3~4개를 장착하고, 최대 1만 1천 km를 비행해 목표물을 타격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망을 뚫을 수 있는 공포의 무기로 통한다.

공중에선 4.5세대 전투기로 불리는 최신 전투기 수호이(Su)-35,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투폴례프(Tu)-95MS, Tu-160, 공중 급유기 일류신(IL)-78 등이 선보였다.

퍼레이드는 6대의 Su-25 공격기가 흰색·청색·적색의 러시아 국기 색깔의 연기로 상공에 띠를 그리는 쇼를 펼치면서 약 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러시아 군인들이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 대전 승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 앞서 바실리 사원 옆에 정렬해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군인들이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 대전 승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 앞서 바실리 사원 옆에 정렬해 있다.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행사 내내 옆자리에 앉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며 유례없는 양국의 밀월 관계를 보란 듯이 과시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옛 소련은 2차대전에서 2천700만명이 숨지는 최악의 피해를 입으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러시아는 올해 70주년 승전 행사를 전국 150개 도시에서 개최하고 TV 방송으로 생중계하는 등 사상 최대 규모로 준비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서방 국가 정상들이 대거 불참해 빛이 바랬다. 2차대전 연합국인 영국, 프랑스 등은 8일 자체적으로 승전 기념식을 했다.

이날 붉은광장에서 군사 퍼레이드가 끝난 뒤 시민들은 시내 중심가에서 붉은광장까지 가두행진을 하며 '불사(不死) 연대' 행사를 벌였다.

불사 연대 행사는 2차대전에 참전한 가족과 친척들을 둔 후손들이 참전 군인들의 사진을 들고 나와 이들을 추모하며 행진을 벌이는 행사다.

푸틴 대통령도 부친의 사진을 들고 행렬을 앞서 걸으며 직접 행사에 참석했다.

푸틴은 앞서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2차대전 때 자진해서 내무군 유격부대 일원으로 참전했던 부친이 전장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5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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