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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또 집 꾸미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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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또 집 꾸미는 중

입력
2015.05.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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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절정의 블로거 김동현씨

매일 퇴근 후 직접 연장 들고

조명에서 거실 개조까지 척척

"도배 비용 정도면 가능하죠

조금 낡은 집 선택이 노하우"

홈 인테리어 전문가 김동현씨는 5살 된 딸 아이의 방 벽면, 선반, 수납장은 물론 인형의 집, 냉장고 등 장난감도 직접 만들었다. 김씨의 딸 햇살이가 아빠가 제작한 주방놀이 장난감을 만지며 즐거워하고 있다.
홈 인테리어 전문가 김동현씨는 5살 된 딸 아이의 방 벽면, 선반, 수납장은 물론 인형의 집, 냉장고 등 장난감도 직접 만들었다. 김씨의 딸 햇살이가 아빠가 제작한 주방놀이 장난감을 만지며 즐거워하고 있다.

한국사람은 결혼할 때와 내 집을 장만할 때만 집을 꾸민다는 말이 있다. 내부를 여기저기 고치고, 도배를 하고, 가구도 새로 들인다. 다 사람을 사서 하는 일이다. 세태가 변하고 있다. 자가든, 전세든 자기 살 집을 자기 개성대로 고치고, 꾸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덩달아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인터넷 카페, 블로그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셀프 인테리어용 물건이 인터넷 쇼핑사이트에 널려 있다. 한 유명 카페에는 수 백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을 정도다. 그 가운데서도 사무직 샐러리맨인 김동현(38)씨는 유별나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20평대 아파트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2년 전 이사해 벽과 몰딩(모서리, 벽면 틈새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마감), 벽 스위치를 손 보고, 중문이 없는 현관에 가벽도 만들었다. 싱크대 상판을 원목으로 바꿨고, 문도 모두 새로 고쳤다. 어두운 형광등도 레일등(일자형 트랙 조명)으로 일일이 교체했다. 거실에는 책장을 직접 만들어 북카페 분위기를 냈고, 수납장도 헌 가구 등을 이용해 새 것처럼 만들었다. 이사 당시와 집을 고친 뒤 사진을 비교해보면 상전벽해다.

김씨의 전셋집 꾸미기는 이번이 세 번째다. 모두 업체 사람을 쓰지 않고 직접 연장을 들었다. 도배하는 정도의 비용만 썼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셀프 인테리어를 “정리한다”고 표현했다. 자기에게 맞게 고친다는 의미다. 김씨는 얼마 전 5살 딸 아이를 위해 소나무 집성목과 합판을 이용해 싱크대 등 주방놀이 장난감도 만들었다. 아이 방 방문에 걸린 칠판, 인형의 집, 수납장, 냉장고도 그의 손길을 거친 것이다.

김씨는 2008년 블로그에 집 꾸미기 글을 올리기 시작한 뒤부터 셀프 인테리어계의 대가가 됐다. 그가 펴낸 ‘전셋집 인테리어’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회사에는 알리지 않고 있다. 업무 시간에 딴 짓 한다는 괜한 오해를 피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그의 블로그 이름도 ‘김반장의 이중생활’이다. 오후 6시 퇴근길에 ‘오늘은 뭘 손 볼까 고민을 한다’고 한다.

그의 이중생활은 2008년 결혼과 함께 전세로 들어간 18평 아파트에서 시작됐다. “3형제 중 막내로 자라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욕구가 컸다”는 김씨는 제대로 꾸며놓고 살고 싶었다. 처음에는 인테리어 비용을 아껴 집 사는 데 쓰라는 주위의 쓴소리도 들었다. 김씨는 “전셋집에서 보내는 이 기간도 다신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라 멋진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된 집 가꾸기는 전셋집을 구하는 데서부터 노하우가 쌓였다. 집주인 인심이 훈훈해야 하고, 새 집보다는 적당히 낡은 집, 그리고 싱크대와 화장실이 깨끗한 집이다. 김씨는 “새 집은 못도 박지 못하게 할 정도로 까다로울 수 있고, 화장실은 한번 건드리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귀띔했다. 이런 철저함 때문인지 김씨는 집주인들과 마찰을 겪지 않았다. 김씨는 “아이가 태어나 하는 수 없이 넓은 평수로 옮겨서 그렇지 집주인들은 우리가 더 살았으면 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자기 집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등 그가 손을 대 꾸민 집만 열 군데가 넘는다. 김씨는 “8년 동안 이 작업을 하면서 매번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겼는데,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 매료됐다”며 “관심만 가지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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