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기자] 3월18일 두산과 NC의 시범경기가 끝난 뒤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현수, 김재환에게 예정에 없던 특타를 지시했다. 5-5 강우콜드 무승부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김현수는 2타수 1안타 2타점, 김재환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김현수보다 김재환에 포커스가 맞춰진 나머지 훈련이었다.
김 감독은 30분 넘게 진행된 둘의 특타를 유심히 지켜봤다. 여전히 약한 비는 내리고 있었다. 김 감독은 올 정규시즌에서 주전 1루수로 키우려는 김재환의 방망이가 침묵하자 근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한 마디의 조언 없이 비를 맞으며 지켜본 것도 일종의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김재환의 타격감이 좋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배팅 케이지 안에서 좀처럼 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하지만 서서히 리듬을 찾아가더니 잠실구장 오른쪽 홈런석 상단에 꽂히는 대포를 잇따라 쏘아 올렸다. 비거리가 140m는 족히 돼 보이는 대형 타구들이었다.
함께 특타를 한 김현수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면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엄청난 힘'이라고 놀란다"던 두산 전력분석원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제서야 김 감독도 만족한 표정으로 감독실로 들어가며 퇴근 준비를 했다.
하지만 시즌 들어 김재환은 타고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매년 캠프에서 주목 받다가 정규시즌에서 고전하는 패턴이 올해도 반복되는 듯 했다. 그는 개막전인 3월28일 잠실 NC전, 4월25일 잠실 KIA전에서 한 방씩의 홈런을 터뜨렸지만, 2% 부족한 느낌이었다. 지난달 14일에는 타격 부진이 이어지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8일 잠실 한화전은 김재환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날 7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5타점을 올리며 한 경기 개인 최다 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0-0이던 2회말 배영수의 초구 포크볼을 밀어쳐 왼쪽 담장을 넘겼고, 2-4로 뒤지던 4회말에도 1사 1루에서 배영수의 직구를 잡아당겨 우월 투런포로 연결했다.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을 때린 그는 7회말 1사 1ㆍ3루에서도 내야 땅볼로 타점을 올렸다.
팀은 혈투 끝에 6-10으로 패했지만, 김재환만은 상대 팀에 확실한 공포감을 심어줬다. 앞으로 꾸준하게 장타를 생산해내는 일만 남았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