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무원 퇴직자 가운데 월 4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 그리 드물지 않다. 우연한 국제기구 파견 경력 때문에 그쪽에서 받는 연금까지 합쳐서 월 700만원 넘게 받는 사람도 있다. 아주 특별한 예외지만, 부부를 합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ㆍ하위직 공무원 퇴직자도 어지간하면 월 300만원 가까이 받는다. 공무원 연금과 비슷한 사학연금이나 군인연금을 포함한 ‘3대 연금’혜택을 둘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부부라면, ‘삼성가(家)’나 ‘현대가’라고 불리며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부러움을 독차지한다.
▦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부터 국민연금보험료를 내왔지만, 얼마 전 관리공단이 우편으로 알려준 예상 연금수령액은 월 140만원 남짓이다. 입사 이래 30년 동안의 상대적 저임금 때문이 아니다. 애초에 ‘3대 연금’과 거리가 먼 친구들은 직장에서 ‘잘 나가고 못 나가고’와는 무관하게, 거의 다 비슷하다. 그나마 우리 세대는 대개 가입기간 30년은 다 채울 수 있다. 가입기간이 짧았던 선배들은 적게는 월 30만원, 많아야 80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용돈 연금’이란 비아냥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 국민연금과 ‘3대 연금’의 확연한 격차는 좋게 말해 부러움, 나쁘게 말해 시샘을 낳게 마련이었다.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 구상이 국민적 환영을 받은 것도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덜어지리란 기대 때문이었다. 여야가 정부 개혁안에서 크게 후퇴한 공무원 연금 개혁안에 합의하면서 대신 국민에게 흔든 것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카드였다. 이를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에 명기하거나 최소한 부기할 것인지, 가입자의 추가 부담률(기여율)이 몇 %나 될지를 둘러싼 여야 실랑이가 길다.
▦ 연금보험료 전액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지역가입자와 달리 직장가입자의 눈에는 기여율 인상은 별 부담이 아니다. 그런데 현재 월 408만원으로 공무원연금보다 월 350만원 가까이 낮은 ‘소득상한선’을 그대로 두고서는 소득대체율을 끌어올려봐야 헛일이다. 이에 대한 논의를 소홀히 하는 여야의 속내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결국 늘어나는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야 할 기업의 처지가 걱정스러워서 아니겠는가.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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