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보다 18% 늘어나 138만명
서울만 25만명… 4분의1이 생활고
노인부부 가구의 40%가
노년4苦 중 3가지 이상 시달려
최모(78) 할머니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어두컴컴한 지하 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 아들이 한 명 있는데 사업에 실패한 뒤론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최 할머니는 아픈 데도 많고 혼자 끼니를 챙기기가 버겁지만 아들 집에 들어가 살 생각은 없다. 최 할머니는 “여의치 않은 아들 살림에 나까지 얹혀 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외롭고 힘들지만 차라리 혼자가 속 편하다”고 푸념했다.
전국의 독거노인이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노인 5명중 1명이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이 8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독거노인 수는 총 137만9,000여명으로 5년 전에 비해 18.5% 증가했다.
서울시가 8일 발표한 자료에서도 서울의 독거노인은 매년 늘어나 2013년 25만3,302명을 기록한 가운데 이들 중 4분의 1은 생활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독거노인 중 17.3%인 4만4,015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이며, 8%는 저소득층으로 확인됐다. 전체의 4분의 1 가량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독거노인 대부분은 앞으로도 자녀와 함께 살 계획이 없는 것으로 분석돼 노후 빈곤이나 고독사 등의 문제가 향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 통계청 사회조사에서도 앞으로 자녀와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2002년 49.3%에서 2013년 71.4%로 크게 증가했다.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자녀와 동거 여부를 조사한 결과 54.8%가 함께 살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자녀와 따로 사는 이유로는 ‘따로 사는 게 편해서’가 35.3%로 가장 많았고, ‘독립생활이 가능해서’(34%), ‘자녀에게 부담될까 봐’(23%) 순이었다.
노인부부만 함께 사는 ‘노인부부 가구’역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전체 노인부부 가구의 40%가 노년기의 대표적인 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빈곤, 질병, 소외, 무위 등 일명 ‘노년의 4고(苦)’ 중 3가지 이상의 문제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보건복지포럼 최근호(4월호)에 게재한 ‘노인부부 가구의 생활현황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477가구의 노인부부 가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빈곤, 질병, 소외, 무위 등 4가지 문제가 모두 있는 가구는 전체의 13.0%, 3가지 이상의 문제를 지닌 가구는 27.4%를 차지했다.
정 연구위원은 3가지 이상의 문제를 가진 가구를 취약ㆍ위기 집단으로 분류하며 노인부부가구 중 40% 이상이 공식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보호가 필요한 노인의 수가 적지 않아 이들 집단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면서 “사회활성화 프로그램을 활용, 소외와 무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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