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나이에도 갑자기 찾아와
손가락·손목 등 작은 관절서 발병
국내 환자 첫 진단까지 20개월 걸려
결핵 발병 부작용 6배 정도 줄인
혁신 치료제 악템라 기대감 높여
“고양이를 100마리까지 고아 먹었어요.” 얼마 전 류마티스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50대 여성 환자는 최정윤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최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를 위해 원숭이 골을 먹고, 전신 관절을 3년이나 쑥뜸을 했다는 환자들도 보았다”며 “이처럼 민간 요법에 의존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그는 “류마티스관절염은 발병 2년 내 관절이 급속히 변형되므로 조기에 집중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류마티스학회(이사장 고은미 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가 지난해 국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5,376명을 대상으로 최초 진단시기를 조사한 결과, 몸에 이상을 느낀 뒤 병원을 찾아 진단 받기까지 평균 20.4개월 허비했다. 이는 캐나다(6.4개월), 벨기에(5.75개월), 덴마크(3~4개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의 진단 지연시간과 비교할 때 3~5배 정도 늦은 것이다. 고 이사장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70% 정도가 증상 발현 2년 안에 관절 손상을 경험하고,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수록 관절기능장애를 겪는 비율도 높아졌다”고 했다. 이상헌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국내에 50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일부 환자들이 ‘불치병’이라 여겨 치료를 포기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퇴행성과 달리 30, 40대에도 발병
류마티스관절염은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대부분의 염증 반응은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 감염으로 발생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내 몸이 나를 공격하는 질환’이 바로자가면역질환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바로 우리 몸의 면역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연골과 관절에 염증을 유발ㆍ파괴하고 관절 뼈를 손상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뼈가 뒤틀어지고 퉁퉁 부으며 심지어 굳어지는 골성 강직까지 일으킨다. 무릎, 엉덩이, 발 등 체중을 지탱하는 큰 관절이 마모돼 발생하는 골관절염과 달리 손가락과 손목 등 작은 관절에서 발병한다. 여성에게 많이 발병해 70% 정도가 여성환자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진행되는 퇴행성관절염과 달리 30, 40대에도 갑자기 찾아온다. 질병의 진행 속도도 빨라 발병 후 2, 3년 이내 관절이 급속히 변형되고 일그러지기도 한다. 게다가 증상이 악화하면 관절손상에 그치지 않고 동맥경화, 골다공증, 세균 감염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상헌 교수는 “치료 후 증세가 완화됐다고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할 경우 30~40% 정도 재발하므로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절손상 억제하는 혁신 치료제 나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가 많이 나왔지만, 아직 완치시키는 약은 없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는 1890년대 첫 개발됐다.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인데 통증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목적으로 쓰였지만, 장기 복용하면 속 쓰림이나 위출혈 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래서 1940년대부터 스테로이드제제가 쓰였다. 염증이 생긴 관절에 직접 주사하면 적은 용량으로도 강력한 항염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수개월 정도 쓰면 약효가 떨어지고 부종이나 부신피질호르몬 이상 등과 같은 부작용이 생겼다. 그럼에도 지금도 이 약들은 류마티스관절염에 가장 먼저 쓰고 있다.
1980년대 들어 단순 통증 완화뿐만 아니라 병의 진행을 막는 비생물학적 항류마티스제제(MTX)가 나왔다. 면역력을 억제해 병의 진행을 막았다 위와 장에 직접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소화기 부작용은 없지만 효과를 보기까지 1~6개월 걸리고 2년 정도 지나면 환자의 50% 이상이 약효를 보지 못하는 한계를 지녔다.
1990년대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됐다. 혈액 속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해 질병 진행을 획기적으로 차단했다. 혈액 속 염증 유발 단백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TNF-알파와 인터루킨-6이다. 레미케이드ㆍ심포니(한국얀센), 엔브렐(한국화이자), 휴미라(애브비) 등은 TNF-알파의 작용을 억제해 병의 진행을 막는다. 최정윤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는 효과는 뛰어나지만 결핵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TNF-알파 억제제를 쓰기 전에는 반드시 잠복 결핵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류마티스관절염을 유발하는 주요 면역세포인 T세포를 타깃으로 한 오렌시아(BMS)도 나와 있다.
최근에는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인 인터루킨(IL)-6와 그 수용체의 결합을 억제하는 혁신적인 신약인 IL-6 억제제가 개발됐다. 국내에는 악템라(JW중외제약)가 지난해 1월 출시됐다. 악템라는 환자 스스로 주사하는 것으로, 바늘이 보이지 않는 펜(pen)형이어서 환자의 공포감이 덜하다. 인터루킨-6은 관절 염증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터루킨-6 억제제를 사용하면 관절 보호에 효과가 더 높다. 15개국 환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인터루킨-6 억제제가 TNF-알파 억제제보다 증상 완화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헌 교수는 “TNF-알파 억제제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가운데 하나인 결핵 발병도 악템라의 경우 최대 6~7배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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