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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타다 만 오토바이

입력
2015.05.0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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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오토바이를 갖고 싶었다. 대뜸 품행이 방정치 못한, 못된 아이가 떠오를 것이다. 부인하진 않으나, 딱히 나쁜 짓을 하고 다니진 않았다. 당시 돈 좀 있고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오토바이를 많이 탔다. 가난하고 막나가지도 못했던 주제에 오토바이는 언감생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이 부러웠다. 그 중 친했던 아이가 있어 가끔 뒤에 매달려 스피드를 느껴보곤 했다. 뒤로 젖혀져 떨어지지나 않을까, 넘어져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강했지만, 묘하게도 두려움이 셀수록 속도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졌다. 강변 같은 델 나가면 강은 정지하고 친구와 나만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꽤 기묘했다. 물리 과목 성적은 낙제 수준이었지만, 시공이 일상 흐름과는 다른 차원에서 납작하게 멎어 액자처럼 고정돼버리는 원리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이후, 죽음을 떠올리면 그때 생각이 나곤 했다. 이를테면, 나의 숨결이 멈추는 게 아니라, 내 주변의 시공과 사물이 멎어버리는 것. 그렇다면 죽음은 나의 소멸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계의 소멸이 아닐까 하는 것. 16살의 감상치곤 지나친 비약일까. 그러다가 어느 날 그 친구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 살면서 처음 목격한 죽음이었다. 29년 전 일. 친구의 죽음이 막 청춘을 벗어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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