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배순탁] 한국 뮤지션이 재해석한 팝송 TOP5

입력
2015.05.08 11:00
0 0

가요를 주로 듣는 요즘 어린 친구들은 잘 모르겠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팝의 위세는 가요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오죽하면 가수 이문세가 인터뷰에서 “80년대 활동 당시 내 음악을 듣고 팝만큼 좋은 가요가 있는 줄 처음 알게 되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는 했다”고 말했겠나. 이후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이르러 팝과 가요의 지분이 역전되어버렸지만, 지금도 우리 가수들 중 대다수는 팝 음악을 듣고 그것에 영향을 받아 작곡을 하고 노래 부른다. 여기, 영향 받는 것을 넘어서 팝을 아예 직접 부르고 연주한, 리메이크 5곡을 모아봤다. 대상은 2000년대 이후로 한정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리스트이므로, 딴지는 정중하게 사양하는 바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주원, 이이언, 나윤선, 휘성. 가운데는 이소라.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주원, 이이언, 나윤선, 휘성. 가운데는 이소라. 한국일보 자료사진.

1. One Day / 박주원 (2011) (원곡: Gary Moore, 1994)

기타리스트 박주원은 원래 세션맨으로 명성을 쌓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뮤지션들의 앨범 거의 전부에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다. 이후 데뷔작 [집시의 시간]으로 일관된 찬사를 받았던 그는 2011년에 발표한 2집 [슬픔의 피에스타]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그 중에서도 게리 무어의 원곡을 다시 연주한 ‘One Day’는 보컬 없는 인스트루멘탈 곡임에도 오리지널 못 지 않은 감동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리지널에 비해 격정적인 에너지를 줄인 대신, 차분한 뉘앙스로 유려함을 강조한 것이 특징인 리메이크다.

2.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 이이언 (2012) (원곡: Daft Punk, 2001)

못(MOT)의 멤버로 발표한 2장의 앨범을 통해 2000년대 가장 주목받는 뮤지션 중 한명으로 떠오른 이이언은 솔로로서도 인상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현재까지 데뷔작 [Guilt-Free]와 EP [Realize], 이렇게 두 장을 공개했는데, 둘 모두 음악적으로 빛나는 성취를 일궈냈다는 평가다. 프랑스 출신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의 것을 커버한 이 곡도 마찬가지. 전자음으로 구성된 원곡을 거리낌 없이 해체한 뒤, 그것을 어쿠스틱과 재즈의 문법으로 완벽하게 탈바꿈시켰다. 특유의 완벽주의가 만들어낸 리메이크 걸작. 그가 얼마나 음악적으로 치열한 뮤지션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3. 불면증(Insomnia) / 휘성 (2009) (원곡: Craig David, 2008)

아직도 이 곡의 원작자를 휘성으로 알고 있는 팬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러나 실은, 영국의 싱어 송라이터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발표한 원곡을 휘성이 커버한 것이다. 주목해야할 것은 이 곡을 다시 부를 한국 가수를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직접 지목했다는 사실. 즉, 그 이전부터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휘성이라는 가수의 역량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한 기대에 부합이라도 하듯, 휘성 역시 뛰어난 재해석 능력을 선보이면서 크레이그 데이비드를 만족하게 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바로 이 곡을 휘성 원곡으로 착각하는 팬들이 많았던 가장 큰 이유다.

4. Enter Sandman / 나윤선 (2010) (원곡: Metallica, 1991)

나윤선의 음악 세계에는 경계가 없다. 보통 재즈 가수로 정의되지만, 그는 팝, 소울, 알앤비, 록 등, 무람없이 장르를 오고 가며 듣는 이들에게 소름 끼칠 정도의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해왔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경험을 넘어선 체험에 가깝다. 그의 라이브를 한번이라도 봤던 사람이라면 내 말에 동의할 거라고 확신한다. 심지어 그의 세계 속에서는 헤비메탈도 한 자리를 허락받는다. 메탈리카의 대표곡 ‘Enter Sandman’을 이런 스타일로 커버할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나. 나윤선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출중한 리메이크. 2년 전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그의 공연에 기립박수를 보내던 해외 관객들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5. Almaz / 이소라 (2010) (원곡: Randy Crawford, 1986)

사실 2010년의 리메이크 앨범 [My One And Only Love]는 좀 뜬금이 없었다. 그의 신작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상황 속에서 이게 뭔가 싶었던 것이다. 이소라는 그 즈음 있었던 공연에서 앞으로 예민하고 섬세하게 노래해야 하는 곡들을 점차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이 곡 ‘Almaz’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후에 나온 8집에서는 격렬한 록 음악을 시도했으니, 확실히 그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의 가수다. ‘예측불허라는 점만을 예측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청춘을 달리다’ 저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