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김용희(60) SK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시스템 야구'를 내걸었다. 시즌의 큰 그림을 그린 다음 철저한 계산대로 선수 운용을 한다. 시스템의 기초인 매뉴얼 작업은 일찌감치 스프링캠프 전에 끝냈다. 김 감독의 시선은 여름에 맞춰졌다. 진짜 승부는 이때부터라는 의미다. 또한 눈앞의 1승, 1승도 물론 중요하지만 '오늘만 산다'는 경기 운영을 하다가 정작 승부처에서 힘을 못 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삼성 감독 시절이던) 15년 전만해도 시스템 야구를 한다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는데 현재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나의 지도 철학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김 감독이 이끄는 SK 시스템 야구에 담긴 매뉴얼은 무엇일까.
◇3일 연투는 없다
야구는 누구나 다 알 듯 투수 놀음이다. 마운드가 강한 팀이 마지막에 웃는다. 김 감독 역시 야수보다 투수에 많은 신경을 쓴다. SK 마운드 운용 중 가장 특이한 점은 3일 연투가 없다는 것이다. 불펜 투수는 이틀 연속 던지면 그 다음날 꼭 빼준다. SK는 개막 후 7일까지 선발 5명을 제외한 8명의 계투 요원 가운데 3일 연투를 한 투수는 1명도 없다.
일부 팀들이나 팬들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필승 계투 요원들은 상황에 따라 3일 연투를 하기도 한다. 한신 마무리 오승환에게도 해당됐던 모습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셋업맨 정우람, 마무리 윤길현을 비롯해 불펜 투수들이 이틀 연투를 하면 투입시킬 생각을 접는다. 김 감독은 "사령탑이라면 유혹은 언제나 있지만 초반이니까 더 관리해야 한다"며 "즉흥적으로 운영해서 얼마 동안 괜찮아도 나중엔 좋지 않다"고 밝혔다.
◇불펜에서 몸푸는 건 최대 2차례
김 감독은 투수들의 투구 수도 신경을 쓴다. 마운드에 올라 공을 뿌리는 것을 전부로 보지 않고 몸을 풀기 위해 불펜에서 던지는 공, 연습 투구 때 던지는 공, 이닝 사이에 몸을 풀 때 던지는 공까지 계산한다.
대개 불펜 투수는 등판 상황이 유동적으로 변한다. 필승 계투조를 예로 들면 근소한 점수 차에서 등판을 준비하기 위해 몸을 풀다가 점수차가 벌어지면 다시 불펜에 앉아 기다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 사이 어깨는 식고 나갈 상황이 다시 한번 발생하면 급히 몸을 또 풀어야 한다. 김 감독은 '식었다, 풀었다' 하는 것을 막고자 불펜에서 두 번까지만 몸을 풀도록 하고 세 번째에는 마운드에 올리든지 아예 빼든지 한다.
◇정상호-이재원 포수 분업화
포수는 전체 포지션 중 체력 소모가 가장 심하다. 무거운 포수 장비를 차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수 차례 반복한다. 무더위가 찾아오는 한 여름에는 포수로 1경기를 뛰고 나면 거짓말을 조금 보태 '몸무게가 3㎏ 정도 빠진다'고 할 정도다.
김 감독은 포수도 분업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때문에 일주일간 6경기를 하면 정상호는 4~5차례, 이재원은 1~3차례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있다.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도 1960년대 이후 풀타임 선발 출전하는 포수가 사라졌다"며 "투수 못지 않게 포수의 체력 안배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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