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울릉도 여객선 편도 7만원
대구-제주 저가항공 특가 2만원
"조상 제사 지내러 가는 것도 부담"
울릉군, '여객선 준공영제' 요구
관련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 돌입
경북 울릉군이 고향인 박광명(42ㆍ포항 북구 우현동)씨는 부모님과 집안 제사를 지내는 것도 쉽지 않다. 항공료보다 비싼 뱃삯 때문이다. 포항-울릉 여객선 요금은 편도 7만원. 아내와 둘만 다녀와도 뱃삯만 30만원이나 된다. 박씨는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도 아내, 두 아이와 갔다 오는데 동남아 여행가는 경비와 맞먹는다”며 “어버이날이나 다른 연휴 때 고향방문도 경비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울릉도와 같은 도서지역을 오가는 연안여객선도 시내버스처럼 공공서비스 일환으로 간주해 준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울릉군은 지난 1일부터 관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연안여객선 등의 해상대중교통화(준공영제)를 위한 법률적 근거 마련을 위해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울릉군 외에도 옹진군 등 아름다운 섬 발전협의회 소속 섬 10곳도 나선다.
이들 지역이 요구하는 법안 내용은 ▦정부 중장기 해상대중교통 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 ▦연안여객선 운임과 요금 지원 ▦적자항로 손실보전 ▦노후 여객선 건조비용 국고지원 ▦여객선터미널 등 해상대중교통시설 적극 확충 등이다.
이 같은 법률이 제정되면 여객운임 비용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국내 연안 여객선은 육상대중교통은 물론 항공료보다 비싼 편이다. 1인당 편도 7만원의 포항-울릉 여객노선만 해도 1인당 편도 6만원대인 대구-제주의 저가항공보다 비싸다. 특히 저가항공은 예약시기나 이벤트 여부에 따라 편도 2만원 밑으로도 구입할 수 있지만 여객운임은 기대하기 어렵다.
세월호 사고 이후 문제가 드러난 해상 교통의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연안여객선 사업에 뛰어든 전국 대다수 선사가 영세하고 선박이 노후화돼 있는 데다 비정규직 선원들의 열악한 처우개선도 기대된다.
울릉군 등 도서지역 자치단체들은 법률 제정으로 여객선 운임 비용이 낮아지고 해상교통의 안전성이 강화되면 관광객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불황과 정부 재정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해당 법률안이 제정될지는 미지수다. 연안여객선 대중교통화 필요성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번번이 예산에 가로막혔다. 이미 도서지역 주민들에 대한 여객요금 지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예산당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울릉주민은 1인당 편도 7만원인 뱃삯을 7,000원으로 저렴하게 이용하는데 이 같은 주민지원금으로 한 해 투입되는 예산이 국ㆍ도비와 군비를 합쳐 42억 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노선독점권을 쥐고 있는 여객선사에 운임비용이나 여객선 건조비용까지 지원하는 건 지나친 특혜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에 대해 울릉군청 기획감사실 관계자는 “법률이 제정되면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지만 연안여객선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해상교통에 미래가 없다는 데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번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육상교통과 마찬가지로 연안 여객선의 준공영화, 대중교통화가 전향적으로 검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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