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미·일 국채가격 일제히 하락
"2주간 자산가치 479조원 증발"
ECB 국채 매입 조기 종료 시사
국제 유가 급등세 등 악재 겹쳐
"채권 금리 더 오를 것" 전망 많아
저금리 의존 코스피도 연일 약세
세계 국채시장이 ‘버블 폭발’ 우려에 요동치며 가격 폭락(금리 폭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몇 주 새 사라진 금액만 수백조원. 100조 달러(10경 9,000조원) 규모 거대한 채권시장이 흔들리면서, 그 불똥은 자산시장 전체로 튀고 있다.
국채가격 날개 없는 추락
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 국채(분트) 10년물 수익률(금리)은 0.64%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보다 5bp(1bp=0.01%), 한 달 전보다 무려 45bp 오른 것이다. 분트 10년물 금리가 곧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던 지난달과는 180도 달라진 상황이다.
최근 국채금리 상승은 세계적 현상이다. 일본 국채 금리 역시 이날 7bp 상승해 0.43%를 기록했다. 또 전날까지 미 국채 금리는 8거래일 연속 오르고,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국채금리 역시 연중 최고치를 넘나들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국채금리는 11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1bp에도 수익률이 왔다 갔다 하는 채권시장에서 하루에 10bp 가까운 변동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2주 동안 세계 채권시장에서 증발한 자산가치가 4,400억달러(479조원)”라며 “특히 독일 국채(30년물)에 투자한 사람들은 가격 급락으로 2주 동안 25년치 수익률을 날렸다”고 분석했다.
채권버블의 폭발인가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 동안 국채시장이 지나치게 고평가돼 채권시장에 상당한 거품(버블)이 끼어있었다는 것. 특히 유럽 경제의 보루 독일의 국채에서 버블 조짐이 관찰돼 왔다. 보통 국채 10년물 금리는 그 나라 잠재성장률과 비슷하게 가는 게 보통인데, 독일 국채는 잠재성장률(2%)에 턱없이 못 미치는 0%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만큼 독일 국채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쏠렸다는 얘기다. 심지어 유럽 일부 국가 국채는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되기도 했는데, 돈을 빌려간 사람이 오히려 이자를 받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무리 낮은 금리로 발행되더라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통해 모두 떠안아 준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시장이 지금까지는 중앙은행의 전지전능함을 신뢰해 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ECB가 물가상승 국면이 이어지는 경우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예상보다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독일 국채는 일생일대의 매도 기회”라며 손을 뗄 것을 조언해 불안감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유가 급등세가 기름을 부었다.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최근 올 들어 최고 수준인 배럴당 60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3월 중순 연중 최저치(43달러)에 비해 50%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 → 금리 인상 가능성 확대 →채권 가격 급락 부채질로 이어진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도 국채시장 불안감을 키운다. 2013년 Fed가 출구전략을 예고했을 때 발생한 ‘긴축에 대한 발작증상’처럼 단기간 금리 급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외 증시 영향은
▦ECB 기대감 하락 ▦유가 급등 ▦미 금리 인상 예고 등 악재가 겹치면서 앞으로 상당 기간은 국채금리 상승세가 뚜렷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내에서도 선진국과의 동조 현상에 더해 5, 6월 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까지 확산되면서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보통 주가지수는 채권금리와 반비례하는 때가 많다. 최근 미국과 중국 등의 증시가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이 6일 “주가가 꽤 높게 평가돼 있다”고 발언한 것까지 가세했다.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으로 버티던 한국증시도 금리가 높아지면서 타격을 받게 됐다. 2,200선을 바라보며 사상 최고치를 넘보던 코스피가 최근 며칠 새 맥없는 모습을 보인 것도 상당 부분 국채가격 폭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학균 팀장은 “실적이 동반되지 않고 저금리로만 오른 주식시장은 아무래도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2분기 지표를 통해서 금리만 오르는 상황인지 아니면 실물경기가 받쳐준 것인지가 밝혀져야, 증시의 큰 방향성이 드러날 것”이라 예측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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