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각 접고 개별협상 하기로
18일 수의계약 여부 최종 결정
7월부터 가격협상 진행 예정
채권단 마지노선 7000억 잡아
朴회장 현금 동원력이 큰 변수
금호산업 채권단이 공개 매각 방침을 접고 이전 주인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개별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경쟁자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박삼구 회장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가격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금호산업 매각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7일 오후 금호산업 주주 채권금융기관 52개사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실무회의를 열고 매각 절차를 논의, 재입찰 없이 계열주(박삼구 회장)와 개별협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채권단은 본입찰 단독으로 참여한 호반건설이 제시한 입찰액 6,007억원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채권단은 바로 재입찰에 들어가기보다는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 회장과 수의계약(프라이빗 딜)을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채권단은 18일까지 수의계약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 지분비율로 75%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박 회장과의 개별협상이 결의되고, 부결이 될 경우 재입찰 절차에 돌입한다.
개별협상 안건이 가결되면 채권단과 박 회장 측이 회계법인 두 곳을 선택해 다음 달 중 금호산업의 가치를 산정하고, 그 결과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으로 7월부터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8월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만약 박 회장이 제시된 금액에 동의하지 않으면 채권단은 다시 일방적으로 가격을 통보할 수 있고, 재차 거부하면 채권단은 6개월 내에 같은 조건에 제3자와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결국 협상의 관건은 매각가다. 개별 협상으로 바뀐 탓에 채권단은 전체 지분(57.1%)이 아닌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지분(50%+1주)을 놓고 협상을 하게 된다. 박 회장 측은 호반건설 입찰가(주당 3만907원)를 기준으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50%+1주로 계산하면 약 5,300억원 수준이다.
채권단에서는 마지노선을 7,0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특히 최대주주(8.55%)인 미래에셋을 포함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주당 6만원 이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가로 치면 1조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을 포함해 FI들의 지분은 채권단의 60%에 달한다. 미래에셋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박 회장과의 가격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회계법인이 산정한 금호산업의 가치가 어느 정도일 지도 관심사다. 채권단 결의를 거치면 이 가격은 금호산업 지분의 ‘공정가치’로 인정돼 그 이하로 매각할 경우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현금 동원력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른 대기업이나 FI와 손잡지 않는다면 단독으로 인수금액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채권단이 단독 협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박 회장은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각오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과의 수의계약마저 실패할 경우 매각작업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채권단 내에선 “적정가를 받지 못할 바에는 아예 매각하지 말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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