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립쌍은 둘이다. 공무원 대 국민, 노인 대 청년. 제로섬이 전제다. 윈윈 기대는 냉소된다. 기득권 공격으로 하향평준화를 호도ㆍ정당화하는 형국이다. 더 나은 복지가 왜 불가능한가.
“공무원 연금 개혁이 이렇게 물 건너가는 것을 보며 그리스를 떠올린 이는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 그리스는 왜 망가졌나. (…) 언론이나 경제 전문가는 ‘과잉 복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특혜 복지’가 더 문제였다. 그 중심엔 공무원이 있다. (…) 그리스는 다당제 국가다. 사회당ㆍ신민주당ㆍ공산당ㆍ그리스정교회연합ㆍ급진좌파연합 등이 의석을 나눠 먹는다. 선거 때마다 판세가 달라진다. 오랜 정치 혐오로 대선 투표율이 50%를 밑돈다. 이런 구조에선 세력ㆍ조직화된 투표권자를 잡는 쪽이 승자가 된다. 확실한 투표권자가 누군가. 공무원이다. 그리스 정치권은 공무원 표심 잡기에만 열을 올렸다. 덕분에 그리스 공무원의 ‘과잉 복지’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 (…) 58세면 퇴직해 재직 때 월급의 98%만큼 연금을 평생 받는다. 그리스가 고복지 국가로 일컬어지게 된 건 순전히 이런 ‘황제 연금’을 받는 공무원들 때문이다. 이런 혜택은 일반 국민에겐 돌아가지 않는다. (…) 하기야 돈 있고 곳간 넉넉하다면 ‘황제 복지’ 아니라 ‘신의 복지’인들 무슨 문제랴. 현실이 안 받쳐주니 문제인 것이다. (…) 어제 무산된 개혁안 대로라면 공무원 연금에만 70년 동안 혈세 1654조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가난한 국민이 공무원 노후 봉양하려다 허리 휘기는 그리스나 우리나 마찬가지가 된다는 얘기다.”
-그리스가 그리 부러운가(중앙일보 ‘이정재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공무원연금 개혁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과도한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개혁이라면 이번 공무원연금법 개정 과정은 실패한 개혁”이라고 말했다. (…) 개혁이 왜 시작됐는지 복기해 보자. 공무원연금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올해는 하루 80억원, 내년이면 하루 100억원씩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보자는 것 아니었나.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국민연금과 형평을 맞추자는 목표가 있지 않았나. 안타깝게도 어느 한 가지에도 제대로 다가가지 못했다. (…) 공적 연금 개혁은 이해당사자가 많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스웨덴과 오스트리아는 공적 연금 개혁에 8년씩 걸렸고, 영국과 일본은 5년째, 4년째 진행 중이다. 우리는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의 공무원연금 개혁 주문 이후 1년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해결하려고 했다. 짧은 논의 기간만큼 개혁의 수준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4개월여 이어진 ‘늘공’의 저항(중앙일보 ‘취재일기’ㆍ박현영 사회부문 기자) ☞ 전문 보기
“일본 자민당은 2009년 노인의 의료비 자가 부담률을 두 배로 올리려 했다.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도저히 감내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그해 8월 전후 54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다. 민주당도 2012년 노인요양보험인 개호보험의 개인 부담금을 인상하겠다고 나섰지만 참패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가 일본 정치를 “노인을 위한, 노인에 의한, 노인의 정치”로 규정하는 이유다. 일본에서 경제개혁이 실종된 까닭이자, ‘잃어버린 20년’의 근본 원인이다. 이 불이 우리에게도 번졌다. ‘미래세대가 어찌되든 내 몫을 챙기겠다’는 기성세대의 이기심 말이다. (…) 공무원연금이 단적인 예다. (…) 지적하고 싶은 건 40대 중반 이상의 공무원들은 거의 손해 보지 않는 합의안을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다. (…) 심지어 앞으로 공무원이 될 젊은이가 가장 큰 손해를 보도록 해놓았다. (…) 오히려 힘없는 사람에게 몽땅 덤터기 씌운 비겁함일 수도 있다. (…)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떠넘긴 부담은 지금도 상당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0대 미만은 정부에서 받는 혜택보다 내는 돈이 1억원가량 더 많다. 반면 60대 이상은 오히려 혜택이 더 많다. (…) 장차 태어날 미래세대의 짐은 훨씬 더 무겁다. 평생 부담해야 할 돈이 현재 세대의 2.4배나 된다. (…) 그런데도 기성세대는 지금 더 많은 짐을 이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 표(票)퓰리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 가난한 노인의 문제를 젊은 근로자에게 부담 지우는 게 맞는가. 우리 세대의 문제는 우리가 푸는 게 맞지 않은가.”
-표(票)퓰리즘의 종말(중앙일보 ‘서소문 포럼’ㆍ김영욱 한국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 전문 보기
“레지옹 도뇌르(프랑스 정부의 최고 훈장)를 받은 르몽드 논설위원 출신인 저자 베르나르 슈피츠는 프랑스 기성세대를 ‘도덕적 파산자’로 규정한다. 공적 연금, 건강보험 등으로 인해 정부를 엄청난 빚더미 위에 올려놓고 후세에게 그 책임을 미루는 어른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부도 낸 할아버지는 프랑스 혁명의 3대 정신인 자유ㆍ평등ㆍ박애와는 거리가 멀다. 먼저 자유와 거리가 멀다. 젊은이들은 위 세대가 초래한 일의 결과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등과도 거리가 멀다. 평등의 가치와는 반대로 세대 간의 불평등이 조장되기 때문이다. 또한 박애와도 거리가 멀다. 기득권 보호를 위한 대립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 할아버지 세대인 여야 대표가 지난 2일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부당함은 자명하다. 당사자인 공무원이 반발하지 않는 것, 공무원을 비롯한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정치인들이 문제 삼지 않는 것만 봐도 결코 개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할아버지 세대의 파탄(중앙일보 ‘분수대’ㆍ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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