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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가까운 세계문화유산" 외국인 관광객 발길도 늘었다

입력
2015.05.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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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등재 후 탐방객 1일 1만명 이상

옹성 몰려 있는 제5코스 7.7㎞ 인기

동문~북문~서문~동문 걷다보면

병자호란 아픔 간직한 행궁 등 만나

산성 내 일부 불법영업 음식점은 눈살

병자호란의 역사를 품고 있는 남한산성이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을 하고 있다. 7일 남한산성을 찾은 등산객들이 연주봉 옹성 길을 지나고 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4)
병자호란의 역사를 품고 있는 남한산성이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을 하고 있다. 7일 남한산성을 찾은 등산객들이 연주봉 옹성 길을 지나고 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4)

한반도 전역에 남아 있는 3,000여 개의 성곽과 산성의 유적 가운데 남한산성은 최고의 요새 중 하나로 꼽힌다. 얼마 전까지 남한산성의 이름엔 치욕의 병자호란만이 오버랩 됐다. 조선 16대 임금 인조는 병자호란 당시 이곳에 머물며 항전의지를 불태웠지만 결국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지 47일만에 삼전도(서울 송파구 삼전동)에서 청나라 태종 앞에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백제 때 축조된 것으로 전하는 산성은 삼국시대부터 천연 요새로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고려시대에는 몽골의 침입을 막아 낸 현장이었고 일제 강점기에는 항일운동의 거점이었던 산성이다.

남한산성이 새롭게 얻은 별칭이자 훈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남한산성은 유사시 임시수도로 계획된 유일한 조선의 산성도시라는 점 등을 인정 받아 지난해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과거 아픔과 치욕의 장소에서 시민들의 휴식처로 거듭난 남한산성이 선조들의 자주정신과 국난극복의 장소로 더욱 새롭게 조명 받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낮 찾은 남한산성에는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단위 상춘객보다는 일상적인 휴일에 볼 수 있는 등산객들이 주를 이뤘다. 형형색색 등산복을 입고 봄 햇살 아래 산길을 걷는 등산객들을 따라 등산로 제5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승용차로 중앙주차장까지 이동 후 중앙주차장 인근 역사관을 출발해 동문과 북문, 서문을 차례로 거쳐 다시 동문으로 돌아온 이 코스는 남한산성 등산로 가운데 가장 긴 구간(7.7㎞)이다. 옹성(효과적인 방어를 위해 성문 앞 길을 2중으로 돌린 구조)이 몰려 있는 이 구간은 남한산성만의 매력이 가장 넘치는 길로 꼽힌다. 한 달에 한두 차례 남한산성을 찾는다는 박준혁(58ㆍ송파구)씨는 “이곳 등산로는 거리가 짧고 경사가 심하지 않은데다, 길도 좋은 편이라 조금 경사진 산책길 정도로 보면 된다”고 했다. 실제 가장 긴 5코스도 3시간 남짓이면 전체를 돌아볼 수 있었다.

먹먹한 역사의 현장을 잇는 녹음의 산책로

1971년 3월 경기도립공원으로 지정돼 관리 중인 남한산성은 본성과 외성으로 구분된 11.76㎞의 성곽 안팎 일대 3만 6,447㎢ 규모로 이뤄져 있다. 이중 본성 내부는 2,317㎢(6%)에 불과하고, 경기 광주시와 하남ㆍ성남시에 걸친 외성지역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총 5개의 코스로 이뤄진 등산로는 가장 짧은 2.9㎞부터 7.7㎞까지 다양하다. 등산로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한 남한산성 본성에서 산등성이 외성에 위치한 동ㆍ서ㆍ남ㆍ북문 등을 거치는 형태로 조성돼 있다.

등산로 주변에는 임금의 거처인 행궁과 남한산성 지휘 및 관측 목적의 누각인 수어장대, 산성 내 9개 사찰 가운데 창건 당시 모습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장경사 등 문화재가 즐비하다. 남한산성도립공원 관계자는 “숙종8년(1682년) 제작됐으나 1907년 일제가 산성 내 사찰을 파괴하는 탄압을 피해 서울 봉은사로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장경사 동종(銅鐘)이 2013년 제자리를 찾는 등 남한산성 문화재가 본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10월 남한산성 축성과 병자호란 때 죽은 영혼을 달래기 위해 전국의 무속인들이 대거 몰려오는 대동굿 등이 열리는 ‘산성문화제’역시 남한산성 특유의 문화로 꼽힌다. 도와 광주시 등은 현대인들에게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산성문화제의 체질개선을 위해 최근 축제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남한산성 내에서 성업 중인 90여 개 음식점들 가운데 일부는 무단 확장과 증축을 통해 불법영업을 하고 있고 바가지 상혼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어 행정당국의 단속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도 관계자는 “업주들이 산성마을 주민들인 경우가 많아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환경훼손으로 이어지는 불법영업의 지속적인 단속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11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1995년 석굴암ㆍ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처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래 11번째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남한산성은 서울과 인접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남한산성 방문객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전인 2013년 하루 평균 6,800명에서 지난해 1만1,458명으로 68.5% 증가했다.

등재 이후 남한산성은 2018년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정비 중이다. 중장기 발전계획은 ▦국제 기준의 남한산성 유ㆍ무형유산 보존관리계획 수립 ▦등재 이후 관광객 증가에 대비한 방문객 관리시스템 구축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 조선왕릉을 연결하는 문화관광벨트화로 집약된다. 이와 함께 화재로 인한 문화재 유실을 막기 위한 소방 시설을 확충 등도 과제다.

등재 이후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에서 조직이 변경된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의 장대훈 센터장은 “남한산성을 활용한 사업부문의 확대가 시급한 만큼 탐방객이 즐거움을 느껴 재방문 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예술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상설공연과 전시와 홍보, 3D콘텐츠 등을 개발해 등산객 위주가 아닌 가족단위의 탐방객이 찾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주말이면 몰리는 주차대란 해결책은 셔틀버스 운행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남한산성 내 주차장 확장 부지가 더 이상 없는 만큼 입구 근처에 대형 주차장을 만들고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일부 식당업주들이 손님 감소를 이유로 반대의 뜻을 보일 수도 있지만 셔틀버스 운행이 더 많은 탐방객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논리로 설득과정을 거쳐 주차문제를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센터는 한중일 아시아 성곽군사유산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보존관리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등 세계유산 네트워크 조성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광주, 성남, 하남, 문화재단, 관광공사 등과 연계해 관광상품도 개발하기로 했다. 장 센터장은 “앞으로 증가할 외국인 관광객을 맞기 위해 외국인 담당 문화해설사 양성 등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남한산성 등산로와 주변 문화재, 맛집 등은 남한산성도립공원 홈페이지(www.namhansansung.or.kr)를 통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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