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존 다우어 MIT 교수
"美, 베트남전쟁 미화 행사 준비… 일본, 리틀 아메리카 돼선 안 돼"
“일본 보수가 말하는 ‘보통국가’는 헌법을 개정해 군대를 보유하고 무기를 갖고 전투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미국처럼 ‘안보국가’ ‘감시국가’ ‘비밀주의국가’로 가는 것이며, 무인기처럼 정밀한 무기로 전쟁하겠다는 말이다.”
미국의 저명한 일본 연구가이자 역사학자인 존 다우어(75)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는 최근 일본 민영방송 TBS와 인터뷰에서 “그를 통해서는 테러리스트의 숫자를 더 늘어나게 할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종전 이후 일본사회의 변화를 다룬 ‘패배를 껴안고’로 퓰리처상을 받은 다우어 교수는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기 위해 역사학자 187명이 최근 발표한 ‘일본 역사학자를 지지하는 공개서한’에도 참여했다.
다우어 교수는 인터뷰에서 전쟁에 대한 반성이 절실한 2차대전 70주년에 전쟁하는 나라로 한 걸음 다가서는 일본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2차대전 70주년인 올해는 베트남전쟁에 미국이 본격 개입한지 5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흥미롭게도 “미국 정부 특히 국방부는 베트남전쟁을 추도하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들은 전쟁을 미화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전쟁을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애국적인 기억’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우어 교수는 “일본의 보수가 전쟁을 미화하려 하는 것과 미국의 보수가 베트남전쟁을 미화하는 것은 똑같다”며 자신은 “(미국의)베트남전쟁 기념비와 야스쿠니신사가 겹쳐 보인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쟁 기념비는 “숨진 미군 병사의 이름이 새겨진 가슴 뭉클하게 하는 너무도 아름다운 비”라면서 “하지만 거기엔 미군 공습으로 숨진 베트남인, 캄보디아인, 라오스인의 이름은 한 명도 들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전쟁을 좀더 넓은 시야로 새롭게 보지 않으면 안 된다”며 자신이 “가장 흥미로운 기념비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키나와 전몰자 위령비”라고 말했다. 그 위령비에는 “일본 병사뿐 아니라 숨진 모든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며 “미국인 병사도, 오키나와 시민도, 중국인 한국인의 이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야스쿠니신사는 나라 위해 숨진 사람을 ‘영령’이라며 모두 영웅으로 받드는데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라면서 하지만 “전쟁에 간여한 모든 사람이 영웅은 아니며 그 중에는 전범도, 잔학한 행위를 한 사람도 있다”고 꼬집었다.
다우어 교수는 과거사 반성에서 일본과 독일이 비교된다는 질문에 “독일은 전쟁 중의 잔학한 행위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 그런 일을 되풀이 해선 안 된다고 말하면서 국민이 그런 태도를 존중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것이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고노담화, 무라야마담화가 있었지만 “저명한 정치인이나 특히 지금 아베 총리 자신이 그런 발언을 후퇴시켰다”며 “보수나 국가주의자들이 그런 담화를 후퇴시킨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다우어 교수는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미래에 무인기를 이용한 전쟁 참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그런 흐름을 따라 가자고 하면 어떤 무기를 제조해 수출할까 하는 논의를 하는 미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은 보통국가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은 전쟁을 경험해 배운 것을, 전쟁의 교훈을 일종의 대변인처럼 널리 알려가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헌법이야말로 2차 대전에서 얻은 재산”이라고 강조했다.
다우어 교수는 “일본에는 지나친 애국주의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전쟁이 일본에 가져온 결과나 아시아에서 저지른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했고 아직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과거 일본에 있었던 이상이나 희망이 지금 없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을 너무도 가슴 아프고 허망하게 생각한다. 일본은 ‘리틀 아메리카’가 돼서는 안 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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