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정홍수·조강석 3파전
팔봉비평문학상의 심사는 1차 회의와 2차 회의로 나뉘어 진행됐다. 1차 회의가 지난 1년간 간행된 모든 평론집을 대상으로 5~7명의 수상 후보자를 선정하는 회의라면 2차 회의는 1차 회의에서 선정한 평론집을 집중 검토하면서 수상자를 결정하는 회의다. 따라서 금년처럼 지난 1년간 간행된 평론집이 55권이나 되는 경우 1차 회의가 2차 회의보다 소요시간이 많아지는 것이 당연한데 결과는 반대였다. 오히려 2차 회의가 훨씬 더 길어졌다. 그만큼 수상 후보자들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힘들고 어려웠다는 이야기이다.
26회 팔봉비평문학상의 심사는 김주연 오생근 김인환 정과리 네 분 비평가가 맡아주었다. 김주연씨를 위원장으로 한 네 명의 심사위원들은 4월 21일에 열린 1차 회의에서 심진경 유성호 장경렬 정홍수 조강석 다섯 사람을 후보자로 뽑은 후 4월 29일 2차 회의에 들어갔다. 2차 회의는 1차 회의와 마찬가지로 화기애애했지만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네 명의 심사위원은 ‘정격과 역진의 정형미학’(작가)을 펴낸 유성호와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 빛’(문학동네)을 펴낸 정홍수, ‘이미지 모티폴로지’(문학과지성사)를 펴낸 조강석 이 세 사람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정력적인 다산성을 과시하면서 소외된 현대시조에 일정한 의미와 생명수를 공급한 유성호, 잘 읽힌다는 장점과 함께 가장 비평적인 성격의 글을 생산한 정홍수, 자신의 독창적 시각을 보여주기 때문에 다소 모험적인 조강석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내면은 겉으로는 평온하게 속으로는 치열하게 엇갈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을 구실로 심사위원들은 한참 동안의 잡담시간을 가졌지만 문득 문득 도는 말을 통해 수상자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곤 했다. 네 사람 중 어느 누구도 결정적 하중을 한 쪽에 실어주는 말을 피하면서 그러나 자신의 희망사항은 언뜻 언뜻 드러내면서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다시 회의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김주연 위원장은 자신의 역할을 회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소외된 시조에 이만한 애정을 보여준 비평을 달리 찾기가 쉽지 않다. 나는 시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다소 강하게 말하는 순간 26회 수상자는 유성호로 결정되었다.
홍정선·문학평론가(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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