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는 마늘 이야기다. 마늘에 관해서 글을 쓰자니 갑자기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1991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간 나는 처음엔 학교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아 듣지 못할 정도의 영어 실력이었다. 귀가 트이면서 몇 명의 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그들이 농담처럼 던지는 말에 웃고는 말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상처가 된 한 마디가 있다.
‘Why are you always chewing GARLIC?’ (왜 넌 항상 마늘을 씹고 있지?)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이며 알리신의 강력한 살균·항균 작용으로 얼마나 몸에 이로운 작용들을 하는지, 항암효과에 뛰어나며 그 역사와 전통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는 설화나 공포물 속에서 우리에게 즐거운 상상을 주었는지에 대해서 쓰겠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일명 ‘스파게티 집’이라고 불리는 저가형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부터 청담동의 화려한 ‘리스또란떼’에서까지 팔릴 만큼 유명해진 알리 올리오 파스타나, 외국에서는 너무나 흔하디 흔한 가정식 로스트 치킨이나 로스트 비프에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소스나 사이드 디쉬 등 서양식에서도 중요한 음식 재료로서의 마늘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한국인이기에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당연한 듯이 매일 먹어가면서도 마늘 냄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현대인이 알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몇 가지를 적어 보려고 한다.
① '기름마늘'은 칼로리만 높일 뿐
우선 회식자리에서 고기를 구울 때 마늘의 알싸한 맛은 좋지만 냄새가 걱정 된다면 너무 높지 않은 불에 마늘을 통으로 천천히 구워먹자. 그러면 마늘의 단맛은 배가 되고 영양은 파괴 되지 않는다. 단 마늘을 돼지나 소기름이 줄줄 흐르는 부분에서 굽거나 은박지로 된 작은 컵에 참기름을 넣어 끓이듯이 굽는다면 칼로리만 높일 뿐이니 고기보다 위에서 기름이 최대한 묻지 않도록 구우면 좋다. 웬만한 고깃집에서 주는 마늘은 얇게 잘라져 있어서 빨리 타기 때문에 생으로 먹게 되거나 덜 익혀 먹는 경우가 많으니까 통으로 천천히 구워보자. 요즘 양꼬치 집에서 꼬치에 마늘을 끼워 주는 것은 돈을 따로 주고도 사먹지 않는가? 당당하게 말해보자 통으로 달라고…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늘냄새(나는 마늘 향이라 부른다)가 그리 싫지 않다. 나에게 마늘이란 소금, 후추와 비등할 정도의 중요성을 가진 식재료다. 얼마 전 오지로 떠나는 촬영에서조차 생마늘을 못가져간다 하여 마늘 가루를 바리바리 챙겨 갈 정도였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요리에서 나는 ‘마늘 향’이 좋은 것이지, 다른 사람들의 입이나 몸에서 나는 그 ‘마늘냄새’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② 먹고 난 후엔 '로맨틱한 후식'을
마늘냄새는 어떻게 뺄까? 뻔하게들 알고 있는 껌 씹기, 우유 마시기, 녹차 마시기도 좋지만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나 밀크 초콜릿을 권하고 싶다. 썸을 타고 있는 상대방과 모처럼의 식사 후에 갑자기 껌을 주거나, 우유나 녹차를 한잔 사준다면 ‘너 입에서 마늘 냄새 난다’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말이다(특히 웬만한 팩 녹차나 캔 녹차는 거의 탈취 기능을 못한다). 초여름 밤 썸녀썸남과 함께 도심의 공원에서 후식으로 바닐라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나 밀크 초콜릿을 함께 먹는다면 마늘이 상황을 더욱 로맨틱 하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또 산화효소가 들어있는 사과나 파인애플, 산성도가 적절한 레몬즙과 레몬 과육을 이용하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레몬은 피하자. 모 프로그램에서 레몬을 4개까지 먹어봐서 안다. 어지간하게 레몬을 좋아하지 않으면 생 레몬을 과육까지 먹는다는 건 미친 짓이다.)
③ 빻아라 그러면 변할지어다
마지막으로 정말로 마늘을 사랑하고 요리를 사랑한다면, 이건 꼭 알아두자.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도, 어머님들이 요리를 하실 때의 맛과는 차이가 날 때가 있다. 물론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마늘을 다지는 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예전에는 마늘을 절구나 도마에 놓고 공이나 칼 뒤로 찧었다. 이렇게 하면 마늘은 짙은 노란색으로 변하고 즙과 당이 나와서 끈적하게 다져진다. 요즘은 공장에서 갈아 나온 하얀 마늘에 그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차라리 통마늘을 사다가 필요할 때 마다 한 알씩 꺼내서 직접 다져 쓰면 어떨까? 요리를 20여년 해보니 시간과 정성이 녹아들지 않은 음식은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도 그저 그런 맛일 때가 더 많았다. 한끼를 차려 먹을 때 마늘 하나 빻을 시간도 없다고 하면 차라리 라면을 먹자. 마늘 하나 다질 시간도 없는데 뭘 차려 먹겠는가?
이성친구 혹은 가족들에게 간단한 마늘이 들어간 요리를 할 일이 있으면 이렇게 해보자.
1. 마늘은 보관할 때 껍질은 벗겨서 보관해도 상관 없지만 꼭지를 때고 보관하지는 말라. 그러면 마늘의 수분과 향이 빨리 증발한다.
2. 마늘을 꺼내면 일단 다지기 전에 반으로 잘라서 속의 심을 빼낸다, 이 심이 바로 냄새의 한 축을 담당한다
3. 커다란 돌 절구를 꺼내서 마늘 하나를 다지는 것은 좀 오바다. 그렇다고 어머니께서 쓰시던, 칼 손잡이가 둥그렇고 커다란 한국식 식도를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도마에 마늘을 놓고 칼로 밀고 당기면서 다져 보자. 마트에서 산 갈아놓은 마늘과는 정말 다른 마늘을 맛보게 될 것이다.
해보자. 그리고 보여주자. 마늘 하나 다져 쓰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줄 것이며, 얼마나 프로다워 보일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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