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 적은 때 골라 공장 보수
올해는 일정 앞당겨 재미 톡톡
수급조절·가격상승 유도 효과도
정유 및 석유화학업체들에게 4~6월은 민감한 시기다. 이 기간 대부분의 공장들은 문을 닫고 일제히 정기 보수에 들어간다. 문제는 언제 문을 닫을 지 시기 선택에 따라 회사의 이익이 좌우된다는 점이다.
즉, 정제 마진이 떨어질 때 문을 닫아 보수를 하고 정제 마진이 오를 때 공장을 가동해 제품을 팔면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정제 마진이란 석유제품 가격과 유가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말한다. 원유가 쌀 때 구입해 제품을 만들어 원유 가격이 더 올랐을 때 팔면 원가 절감 요인이 발생하며 돈을 번다.
그만큼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에서 공장 문을 닫는 ‘셧다운’은 단기적으로 실적을 좌우하는 큰 변수다. 이 때문에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에만 문을 닫아 돈을 버는 독특한 ‘셧다운’ 경제학이 적용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일부 업체들이 보수 일정을 조금씩 앞당겼다. LG화학 대산공장이 3월 중순~4월 중순, GS칼텍스 여수공장은 3월 말~5월 초로 잡았다. 현대오일뱅크와 한화토탈는 2분기에 정기보수에 들어가고, 롯데케미칼은 10월에 실시할 예정이다. 울산에 정유공장을 둔 SK에너지도 올해 공장 정기보수를 예년보다 이른 3월에 끝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3월에 정제마진이 최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해 SK에너지가 과감하게 정기보수 시기를 앞당겼는데 예상보다 빨리 정제마진이 회복됐다”며 “셧다운 시점을 앞당긴 전략이 절반 정도 성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원래 대규모 장치산업인 정유ㆍ석유화학업체들은 2~4년마다 한 번씩 공장 가동을 멈추고 30~50일에 걸쳐 정기 보수를 한다. 대부분 업체들은 주로 2분기에 보수를 한다. 석유제품 수요가 가장 많아 ‘드라이빙 시즌’이라 불리는 3분기를 앞두고 2분기에 보수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셧다운은 매출하락과 가격상승을 모두 동반하는 양면성이 있다. 셧다운 기간에 예상과 달리 정제마진이 크게 오르면 제품을 팔지 못해 고스란히 손해를 본다. 역내 경쟁국 공장이 정기보수에 들어가거나 사고로 가동이 멈추면 반사이익을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냈던 정유회사들이 1분기에 큰 폭의 흑자로 돌아선 이유도 미국 정유회사의 파업과 경쟁국 공장의 정기 보수 등으로 공급이 일시적으로 줄어 제품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2분기에 정기보수를 하는 국내 업체들은 고민이 많다. 정기 보수로 제품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가격 상승이 지속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ㆍ석유화학업계가 공급과잉으로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정기 보수도 중요한 고려대상으로 부각됐다”며 “정기보수가 제품 가격상승과 제품수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개선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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