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업무ㆍ자격증 수당은 남 얘기, 겸직 기준 모호 허가 받기 힘들어"
"하루 4시간만 일하고 퇴근, 업무 연속성 떨어져 도움 안 돼"
양질의 일자리 나누기 취지 무색, 처우ㆍ업무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서울의 한 구청에서 시간선택제공무원으로 일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정부 방침에 따라 동일 호봉인 전일제 공무원 봉급의 최대 10%를 수당으로 받아야 하지만 아직 한번도 해당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10%면 10만원 정도지만 월급이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우리에겐 정말 큰 돈이고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액이 더 커질 것”이라며 “금액 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B 지방자치단체에선 지난해 말 뽑은 일부 시간선택제공무원들이 임용 대기 중이다. 각 부서에서 기피하다 보니 업무를 배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하루 4시간만 일하고 퇴근하니 8시간 일하는 전일제 공무원에 비해 업무의 연속성이 단절될 수밖에 없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받길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작년 7월 채용하기 시작한 시간선택제공무원 제도가 시행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시간선택제공무원 제도는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과제 중 하나다. 일과 가사 등을 병행할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조성하고 양질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 창출을 유도한다는 취지였으나, 정작 당사자도, 동료도 만족하지 못하는 반쪽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채용 숫자만 늘리기보다 처우와 업무에 대한 정교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선택제공무원들의 불만은 특히 수당에서 불거지고 있다. 6일 행자부에 따르면 작년 7월 신설한 특수업무수당 관련 규정엔 시간선택제공무원들에게 ‘동일 호봉 전일제공무원 봉급월액의 10% 범위에서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금액’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9개월이 다 된 지금도 수당 지급은 깜깜 무소식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근무시간에 비례해 수당을 받는 시간선택제공무원의 급여가 너무 적어 신설한 것”이라면서도 “지급 근거를 마련해 놓은 것일 뿐 당장 시행하려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대신 다른 수당들은 전일제와 동일하게 제공되고 있는 만큼 처우 개선은 좀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간선택제공무원들은 버젓이 규정을 만들어놓고 시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시간선택제공무원들은 자격증 수당에도 차별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수업무수당 중 기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술 및 기능 분야 자격증에 대한 가산금이 지급되는데, 시간선택제공무원에게는 이마저도 절반만 주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선택제공무원들은 “일을 반만 한다고 자격증도 반쪽 짜리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행자부는 “자격증 수당은 업무상 부과되는 수당 중 하나라 업무시간과 연동하는 게 맞다”라며 “가족 수당이나 자녀학비보조 수당 등은 전일제와 동일하게 지급하고 있어 차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겸직 여부를 놓고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간선택제공무원은 겸직이 가능하지만 그 기준이 모호해서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규정엔 ▦직무능률을 떨어뜨릴 우려 ▦공무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 ▦국익에 상반되는 이익을 취할 우려 ▦정부에 불명예가 될 우려 등에 해당하지 않은 영리 업무는 할 수 있다고 돼있지만, 최종 결정 권한은 소속 기관장이 쥐고 있다. 더구나 시간선택제공무원에게 겸직이 허용되고 있다는 걸 아는 전일제공무원이나 기관장도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시간선택제공무원들 사이에선 “있으나마나 한 규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을 바라보는 전일제공무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문제다. 전일제공무원들은 “공무원 일이라는 게 단 몇 시간 만에 끝나는 게 아니고, 다음날 연결해서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중간에 가버리니까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얘기한다. 경제부처의 한 시간제공무원은 “당연히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수당도 받지 못하고 겸임도 가능한 줄 알았는데, 채용 뒤에 다른 말을 하니 답답하다”며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견디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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