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SK 잠수함 투수 박종훈(24)은 3년 전 부산에서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2012년 4월19일 부산 롯데전에 생애 첫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지만 제구 난조 속에 1이닝도 채 버티지 못하고 내려갔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1피안타 4사구 5개를 내주며 3실점했다. 투구 수는 41개.
그로부터 시간은 어느덧 훌쩍 흘러 박종훈은 다시 같은 곳에 섰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 롱릴리프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5선발 백인식의 부진으로 6일 부산 롯데전에 선발 등판했다. 선발로 나간 것은 2012년 6월7일 잠실 두산전 이후 1,063일 만이다.
박종훈은 공이 빠르지 않지만 무브먼트가 좋다. 또 팔이 거의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나오는 투구 폼 덕분에 상대 타자들이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다. 김용희 SK 감독은 "타자들이 공을 보기가 어려운 투구 자세를 갖고 있다. 공의 움직임도 좋다"고 평가했다.
이날 박종훈은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했다. 5.2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틀어 막았다. 제구력이 유일한 약점으로 꼽혔지만 볼넷은 1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총 투구 수는 93개였고 직구(68개)와 커브(25개) 투 피치 만으로 완급 조절을 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최고 시속은 135㎞.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투구로 팀의 5-3 승리를 이끈 그는 2012년 5월20일 대전 한화전(2이닝 무실점) 구원승 이후 1,081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선발승은 데뷔 이후 처음이다.
1회 선두 타자 짐 아두치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박종훈은 2번 손아섭에게 안타에 이은 도루를 내줬지만 후속 타자를 잘 요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 2회에는 선두 타자 강민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대우는 유격수 땅볼, 정훈은 다시 삼진으로 잡아냈다. 3회 2사 1ㆍ2루 위기에서는 황재균을 3루수 뜬 공으로 처리했다.
그는 4회에도 삼자범퇴로 막았다. SK 타선은 5회 앤드류 브라운의 3점 홈런으로 힘을 실어줬다. 박종훈은 5회 2사 2루에서 아두치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첫 실점을 했지만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무사 1루에서 황재균에게 병살타를 유도한 다음 공을 문광은에게 넘겼다.
부산=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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