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78일 공백… 미룰 수 없어"
野 "국회 무력화 조치" 거센 반발
'합리적 조정자' 면모 빛바래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따라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 정 의장은 막판까지 여야 합의 처리의 중재를 시도했으나 끝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직권상정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지만 인사안을 처음으로 직권상정했다는 정치적 부담도 떠안게 됐다.
새누리당의 단독 처리로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지난 1월26일 국회에 제출된 지 꼬박 100일 만에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로써 신영철 전 대법관 퇴임 후 78일 동안 이어져 온 대법관의 장기 공백 사태도 풀리게 됐다.
정 의장은 이날 본회의 모두 발언에서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해 수 차례 임명동의안에 대한 여야의 조속한 협의를 촉구했으나 대법관 공백이 78일째 지속돼 사법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더 이상 미루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의사진행발언 차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청문회 절차를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권상정 처리는 국회 동의권을 무력화하는 조치”라며 “국회도 사법부 신뢰 훼손을 놔두는 방조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 의장은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관련해 여야 원내대표단이 방문할 때마다 여야 합의를 전제로 의사일정을 강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합의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직권상정’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도“이대로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지나가게 되면 사법부와 입법부가 기싸움을 하는 것”이라며 “결단을 내릴 때는 해야 한다. 23일과 30일 본회의를 두 차례나 참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의장은 지난해 세월호특별법 제정 문제로 정기국회가 공전됐을 당시 정부ㆍ여당의 압박에도 의사일정을 강행하지 않았고, 12년 만에 법정시한 내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여야 갈등 상황에서 합리적 조정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 의장의 첫 직권상정 선례가 향후 직권상정 처리에 물꼬를 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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