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화장품 업체 A사는 최근 한국에 투자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국내에서 화장품사업을 하려면 대표이사가 정신질환이 없고 마약이나 다른 유독물질 중독자가 아니라는 내용이 담긴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는 황당한 규정(화장품법 시행규칙 제3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국 의료기관이 발급한 진단서만 인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화장품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포함됐다가 현재까지 한 번도 재검토 되지 않아 계속 유지된 걸로 추정된다”며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는지 찾아봤더니 유사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등 시대에 뒤쳐져 불편을 초래한 경제산업 분야의 규제가 대폭 개선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외국인투자 관련 규제혁신 방안’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 표준에 어긋나는 소위 ‘갈라파고스 규제’를 해소해 외국인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외국투자기업의 외국인 고용 비율을 내국인 고용 총수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가 대폭 완화한다. 지금까지 내국인 10명을 고용하면 외국인을 2명까지만 고용할 수 있었지만 창업 초기의 소규모 외투기업은 외국인 고용비율 적용을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또 디자인, 소프트웨어, 뷰티 등 전문서비스 분야 해외기술전문학교(아카데미)들이 쉽게 국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당 외국인 강사들에게도 국내 체류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다. 외국인의 항공정비법 투자제한을 철폐해 글로벌 항공기정비업체들이 국내에서 100%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외국인 투자를 제한한 발전산업(수력·화력) 등 29개 업종도 개방을 검토한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시대 상황의 변화에 맞춰 외국인 투자를 개방해도 부작용이 없는지 점검해 개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 규제도 개선된다. 먼저 소규모(30㎡이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권한이 45년 만에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간다. 국토해양부가 해제하고 지자체가 개발계획을 승인하던 기존 절차를 지자체로 일원화해 해제ㆍ착공 소요기간이 절반(2년→1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규제 개선을 추진한 전자상거래는 한층 간편해졌다. 공인인증서나 보안프로그램 설치 의무규정 등을 폐지하거나 개선해 인터넷에서 물건 구매절차가 10단계에서 5단계로 대폭 줄어들었다.
세종=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