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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시행령, 대통령 재가 미루고 재협의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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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시행령, 대통령 재가 미루고 재협의토록

입력
2015.05.0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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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위와 유가족이 전면 폐기를 주장해온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 끝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진상규명 주체와 피해자 측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정부가 시행령을 강행 처리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지 의문이고, 또 그렇게 나온 결과를 얼마나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다.

당장 세월호 특위와 유가족은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시행령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석태 특위위원장은 “특별법이 특위에 부여한 권한을 활용해 ‘허수아비 시행령’에 구애 받지 않는 독자적인 위원회 규칙을 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시행령이 모법인 특별법을 위배한 만큼 출범을 늦추고 자체적인 시행령을 만든 뒤 활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시행령 논란의 핵심은 세월호 특별법에 명시된 특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제대로 보장돼 있느냐다. 정부가 내놓은 수정안은 공무원이 특위 운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한 독소조항이 그대로 남아있다. 특위 무력화 논란의 핵심 사항인 기획조정실장의 실무부서 총괄기능은 놔두고 명칭만 행정지원실장으로 바꿨다. 실장을 해양수산부가 아닌 다른 부처에서 파견토록 했을 뿐 공무원이 맡도록 한 것도 고쳐지지 않았다. 진상규명의 핵심 역할을 맡을 조사1과장 자리도 공무원에게 맡겼다. 조사대상이 될 수 있는 공무원이 칼자루를 쥐겠다는 것을 누군들 수긍할 수 있겠는가.

세월호 특위 업무 범위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 조사자료 분석’으로 그대로 국한시킨 것도 논란이다. 세월호 특별법 5조에는 특위 업무를 ‘원인규명’과 ‘구조ㆍ구난 작업과 정부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로 규정했다. 이 것만 봐도 시행령이 모법의 취지는 물론 핵심 내용까지 위배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본질적인 문제점은 그대로 놔두고 일부 지엽적인 사항만 손본 수정안을 내놓고도 특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당당한 태도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선포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15일 세월호 현안점검 회의에서“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른 시행령을 원만하게 해결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세월호 특위와 유가족과의 협의를 통해 갈등 없이 처리하라는 주문이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은 조만간 대통령의 재가를 거치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박 대통령은 당시의 발언이 세월호 1주기를 넘기기 위한 생색내기용이 아니었음을 보여줘야 한다. 시행령 재가를 미루고 세월호 특위와 다시 협의를 거치도록 지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결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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