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업체 관계자 불러내 압박 논란… '법적문제' 조언 받고도 계약 강행
광주시 중견 간부가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 축구훈련장 인조잔디 구매ㆍ설치 공사에 대한 법원의 계약 무효 결정을 이끌어 낸 입찰 탈락업체 관계자를 불러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듯한 압력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시는 이 업체로부터 시방서와 다른, 규격 미달의 부적격 제품을 설치하는 계약을 낙찰업체와 체결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조언을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계약 체결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특혜 의혹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9위를 한 업체의 대표 A씨는 6일 “광주시 B과장이 오전에 모처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나갔더니 다짜고짜 ‘U대회를 개최해야 하니 (중단된 인조잔디 설치)공사를 하게 해달라’는 말만 반복하더라”며 “공사 중단에 대한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그런 말을 해 압력성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A씨는 시가 애초 시방서와 다르게 인조잔디의 구매 규격을 멋대로 바꾼 뒤 낙찰업체 C사와 계약을 체결해 계약 체결 기회를 박탈당하자 시를 상대로 법원에 계약효력정지 등 가처분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A씨는 이어 “‘공사를 하게 해달라’는 말은 결국 부당 입찰 및 계약을 체결한 C사에게 공사를 계속 맡기겠다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B과장은 묵묵부답하더니 또다시 ‘공사를 하게 해달라’는 말만 했다”며 “시가 이렇게까지 C사를 감싸고 도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공사를 안 해도 좋으니 법대로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는데도 B과장은 마치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 ‘공사를 하게 해달라’고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사를 해라, 말아라 할 권한도 없는 우리에게 B과장이 이런 말을 한 것은 ‘너희는 여기서 손을 떼고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압력으로 해석됐다”며 “지금껏 자치단체를 상대로 많은 공사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A씨는 또 “시가 C사와 계약을 체결하기 하루 전인 3월 26일 공사 발주 부서를 방문해 담당 직원들에게 구매 규격에 대한 국제축구연맹(FIFA) 2Star 랩(Labㆍ연구소)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제출하지 못한 C사와 계약을 하면 소송을 걸겠다고 경고까지 했었다”며 “그런데도 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C사로부터 규격 미달 제품에 대한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제출받아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B과장은 이에 대해 “시 입장에선 U대회 준비 시일이 촉박해 어떻게라도 U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A씨에게 협조를 해줄 수 있으면 그렇게 해달라는 취지로 순수하게 (공사를 하게 해달라고)말한 것”이라며 “A씨에 대한 압력성 발언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B과장은 ‘U대회를 치르기 위해선 A씨가 어떻게 협조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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