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이다. 하지만 어김없이 우울한 소식 일색이다. 재산을 노리고 남편이자 아버지를 살해하려 한 아내와 자식의 패륜, 이혼했다는 이유로 자식 양육을 외면하는 부모들의 몰염치가 입맛을 쓰게 한다. 극단적 경우가 아니어도 주변에서 온전한 가정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자식교육, 직장문제로 몇 되지도 않는 식구가 파편처럼 찢어져 사는 모습은 이미 익숙해졌다. 자식 장성할 때까지 이혼 않고 부부의 연을 이어가는 것만도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 최근 설문조사에서 50세 이상 부모들이 자식에게 가장 받고 싶은 어버이날 선물로 절반 이상(56%)이 현금을 꼽았다고 한다. 자식이 가슴에 달아주는 카네이션을 원하는 부모는 하나도 없었다. 카네이션을 선물이라 하기 뭐해서일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 빨간 카네이션을 단 아버지, 어머니를 보기 힘들어졌다. 무신경한 자식이나 신세대 취향의 부모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결혼 안하고, 결혼해도 애 안 낳으니 카네이션을 달아줄 자식도, 이를 달고 다닐 부모도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2004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인구변화를 감안해 결혼 추이를 파악하는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초혼 연령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가장 높았고, 결혼 30년 차 이상의 황혼이혼은 10년 전보다 2.3배로 늘었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신혼집 마련, 혼수준비 등 당장 들어갈 결혼비용도 아득하지만, 육아와 교육, 불투명한 취업, 경력 단절 등 개인이 감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큰 탓이다.
▦ ‘신의 꽃’이란 의미의 카네이션에 담긴 정신은 존경과 사랑, 감사의 마음이다. 약 100년 전 미국의 안나 자비스라는 여성이 어머니가 생전 좋아했던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다녔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그때부터 어머니가 살아계시면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돌아가셨으면 자신의 가슴에 흰 카네이션을 다는 풍습이 생겼다. 카네이션 달아드리기에 붙여 어렵지 않은 두 가지 더. 식사 중에는 핸드폰 끄기, 집 나서고 들어올 때 서로 인사하기.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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