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법 발달하며 사용 공간 극대화
광폭 거실에 천장도 높게 설치
아파트를 고르는 데 있어 수치로 보이는 면적에 집착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전용면적 84㎡ 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동대문구, 동작구, 관악구 등 서울 8개 자치구에서 올해 들어 84㎡ 초과 아파트를 5만~138만원(3.3㎡당) 가량 추월(부동산114 자료)하는 등 넓은 아파트가 작은 아파트보다 비싸다는 공식은 깨졌다. 특히 분양 시장에서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중형 이상 아파트와의 격차를 멀찌감치 벌리는 추세다. 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5월 들어 청약을 시작한 ‘북한산 더샵’의 경우 59㎡(전용면적)는 경쟁률 4.69대 1, 84㎡는 1.56대 1로 1순위 마감됐지만 109㎡이상 중대형은 모두 1순위 미달했다. 지난달 분양한 ‘화랑대 e편한세상’ 역시 59㎡가 20.7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84㎡는 1.39대 1에 머물렀다. 평형이 작을수록 청약자가 몰리는 추세는 점차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낮은 출산율로 어느 정도 소형 아파트 인기몰이를 설명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곳에서 주요 원인을 찾는다. 나날이 진화하는 평면 설계기술이다. 84㎡ 이하의 소형 아파트를 중대형 급의 쓰임새로 탈바꿈시켜주는 평면 기술 덕분에 굳이 더 큰 목돈을 들여 중형 이상 아파트를 선택할 이유가 적어졌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공법이 발달하면서 소형 아파트에도 4베이 평면(한 평면에 일자로 4개의 독립공간이 나오는 구조), 광폭거실 등을 적용해 16㎡ 이상 서비스 면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소형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중형 이상 아파트를 앞지르고 있지만 총액으로 봤을 땐 그래도 소형이 저렴하기 때문에 실소비자 입장에선 평면 설계가 잘 이뤄진 소형 아파트에 먼저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평균 경쟁률 1.71대 1로 최근 청약을 마감한 ‘운정신도시 롯데캐슬 파크타운’의 84㎡형은 4베이 판상형을 기본으로 한 설계를 도입하면서 현관 옆에 서재, 자녀 방 등으로 꾸밀 수 있는 작은 방을 만들었다. 수년 전만 해도 침실 3개가 최대였던 공간에 4개까지 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59㎡에도 드레스룸(최대 6.8㎡)이 가능한 혁신설계를 도입, 5.66대 1로 1순위 마감되는 인기를 끌어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74㎡에도 안방의 벽면 길이보다 긴 대형 드레스룸을 설계해 소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중대형에 버금가는 분위기를 누릴 수 있다”며 “안방 발코니 공간과 거실을 쉽게 오가는 중문을 설치하는 등 동선을 편리하게 짜고 집안 기둥 요철부분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사용공간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방 5개짜리 소형 아파트도 등장했다. 지난달 말 청약에서 1순위 미달했지만 2순위에서 21.38대 1의 인기를 끈 ‘의정부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81㎡는 방을 일렬로 놓지 않는 탑상형 구조에서도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해 침실 3개, 알파룸 1개, 드레스룸 1개를 구현했다. 또 84㎡는 침실 3개를 나란히 배치하는 4베이 설계와 더불어 주방과 안방 맞은편에 서재 등으로 꾸밀 수 있는 알파룸 1개씩을 설치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쉽게 볼 수 없었던 4베이 평면의 59㎡이하 평형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달 중 분양을 앞둔 ‘한강신도시 모아엘가2차’ 59㎡는 가변형 벽체를 이용해 큰방 한 개를 작은 방 2개로 나누는 형태로 한 쪽 벽면에 ‘방3개와 거실1개’를 설계했다. 모아주택 관계자는 “비교적 전용면적이 넓어 다양한 설계가 가능한 신도시 지역 소형 아파트들 가운데 4베이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실내 공간감을 높이기 위해 노출 기둥을 줄여 길이 4.8m에 달하는 광폭거실을 설계(현대산업개발 군산 미장2차 아이파크 74㎡)하거나, 기준 천정(2.3m)보다 높은(2.55m) 우물천정을 시공해 소형아파트의 개방감을 키우는(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4차) 등 다양한 공간 키우기 설계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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