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여성혐오 발언으로 주목받는 맨스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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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여성혐오 발언으로 주목받는 맨스플레인

입력
2015.05.0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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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뇌아적 페미니즘 IS보다 위험" 등

유명 방송인 여성 비하 위험 수위

사소하고 일상적으로 보이지만

여성 혐오·폭력 기제의 출발점

김태훈

장동민
유희열

맨스플레인이 새삼스럽게 ‘핫 키워드’로 떠오른 것은 최근 발생한 일련의 여성혐오 발언 때문이다. ‘된장녀’ ‘김치녀’에서 시작된 일베식 조롱은 차치하고서도, “무뇌아적 페미니즘은 IS보다 위험하다”(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공연 중 힘을 받을 수 있게 앞자리에 앉아계신 여자분들은 다리를 벌려달라”(가수 유희열),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머리가 안돼” “참을 수 없는 건 처녀가 아닌 여자들”(개그맨 장동민) 같은 여성 비하와 혐오 발언이 알 만한 사람들 입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며 충격을 줬다. 언뜻 보면 사소한 허풍기 정도로 귀엽게 봐줄 수 있는 맨스플레인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 여성혐오의 사회심리적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뒤늦게 적극적으로 호출된 용어다.

맨스플레인이 오지랖 넓은 남성의 한낱 허풍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레베카 솔닛의 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다. ‘그림자의 강: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와 기술의 서부 시대’라는 역사서를 쓴 솔닛은 파티에서 만난 한 남성에게 마이브리지에 관한 아주 중요한 책이 나왔다며 일장 연설을 듣는다. 바로 솔닛 자신의 저서였다. 보다 못한 친구가 “바로 이 친구가 쓴 책”이라고 서너 번이나 말했음에도, 그는 장광설을 멈추지 않으며 “아주 중요한 책”의 저자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가씨의 배역”을 강요한다. 여기서 맨스플레인이라는 개념이 배태됐다.

솔닛 자신은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가 “모든 남자에게 그런 타고난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탐탁지 않다며, “남자들 중 일부가 가르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치려 들고, 들어야 할 말을 듣지 않으려는 것 뿐”이라는 걸 강조한다. 지적 상호작용의 엄연한 주체로 여성을 상정하며 “기꺼이 배우고 기꺼이 가르쳤던 멋진 남자친구들”도 언급한다.

논의의 핵심은 맨스플레인이 보편적 현상이냐, 특수한 현상이냐가 아니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맨스플레인이 크게 보면 끔직한 여성혐오 및 폭력과 별개의 사건이 아닌 “연속선상의 현상들”이라는 점이다. 솔닛은 “맨스플레인은 여성의 발언할 공간, 경청될 공간, 권리를 지닐 공간, 참여할 공간, 존중 받을 공간, 온전하고 자유로운 한 인간이 될 공간을 폐쇄한다”며 “그것은 점잖은 대화에서 권력이 표현되는 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강간, 데이트 강간, 부부 강간, 가정폭력, 직장 내 성희롱을 법적 범죄로 규정하려고 애써온 페미니즘의 투쟁에서 핵심과제는 우선 여성을 신뢰할 만하고 경청할 만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었건만, 맨스플레인은 일상의 차원에서부터 여성을 진실의 발언권을 가진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대화에서도, 남자들은 자기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알지만 여자들은 잘 모른다는 소리를 여자들이 자꾸만 듣게 되는 것은 세상의 추악함을 지속시키는 일이자 세상의 빛을 가리는 일이다. 맨스플레인은 길거리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젊은 여자들에게 이 세상은 당신의 것이 아님을 넌지시 암시함으로써 여자들을 침묵으로 몰아넣는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나서서 말하기를 주저하고, 용감하게 나서서 말하더라도 경청되지 않는다”면서 “그 결과 여자들은 자기불신과 자기절제를 익히게 되는 데 비해 남자들은 근거 없는 과잉확신을 키운다”고 솔닛은 지적한다.

하지만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남녀가 강요 받는 각각의 극단 사이에는 “행복한 중간지대”가 있다. “우리는 모두 (지식을)서로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그 훈훈한 적도대에서 만나야” 하며, 만날 수 있다. 이 에세이를 첫 장에 배치한 솔닛의 같은 제목의 책이 이 달 중 창비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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