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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새 한미원자력협정의 과제

입력
2015.05.0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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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정부는 4년 6개월에 걸친 개정협상을 끝내고 지난달 22일 신 한미원자력협정에 가서명했다. 신협정이 내부 발효절차에 들어가 있어 아직 문안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공개한 협정 개요를 본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은 만족하고 반기는 분위기다. 정부가 제시한 사용후핵연료의 효율적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 등 3개 협상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신협정은 구협정 또는 다른 나라의 원자력협정과 비교할 때 어떤 차이와 장점이 있는가. 그리고 신협정의 이행과 원자력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구협정에서 한미관계는 일방적이었다. 협정의 주 내용도 미국이 한국에 원자력을 이전하고 그에 따라 핵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협정에서 한미관계는 호혜적이고 전략적으로 바뀌어, 원자력 연구개발과 원전 수출의 공동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파트너십으로 발전했다. 특히 신협정은 아래의 특징을 갖는다.

첫째, 종래 한미 간 농축재처리를 논의하는 것은 금기시되었다. 그러나 신협정은 핵연료 공급과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농축재처리에 대해 처음으로 협의와 협력 채널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여 개방적 논의를 가능하게 했다. 둘째, 구협정은 원자력의 이전에 따른 핵통제권의 행사가 주 내용이나, 신협정은 원자력 수출, 원자력 안전, 연구개발, 핵안보, 핵비확산 등 원자력과 핵정책 전 분야에 걸친 협력방안을 제시하였다.

셋째, 통상적인 협정의 유효기간은 30~40년이지만, 신협정은 원자력 연구개발과 한국 원자력 역량의 빠른 발전 속도를 감안하여 유효기간을 20년으로 단축하였다. 넷째, 신협정은 높은 수준의 정책 협의와 신속한 결정이 가능토록 양국 간 차관급 연례 고위급위원회를 신설하였다. 이런 고위급위원회의 상설화는 미국에도 전례가 없다. 다섯째, 신협정은 원자력 중심 협정에서 벗어나, 공동 국익과 세계평화를 위한 포괄적인 외교안보 협력협정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신 한미원자력협정은 군사동맹 및 자유무역협정과 더불어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의 한 축이 된다.

이렇게 신협정은 협력 범위가 매우 넓고, 높은 수준의 원자력과 핵비확산 협력을 요구한다. 그런데 신협정의 비전과 가능성을 충분히 실현하기에는 현재 우리 정부 조직과 정책 역량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의 원자력 외교와 핵정책 역량이 획기적으로 제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보완방안을 제기한다.

첫째, 정부 내에 원자력 외교와 핵정책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외교부에 국제안보원자력국을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은 서방 선진국과 주변국 중에서 국제안보원자력국 또는 군축비확산국이 없는 유일한 나라이다. 이번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 시, 미측 수석대표는 국제안보비확산실 차관보이며 230명의 직원을 거느리지만, 우리측 수석대표는 개정협상을 위한 임시조직에 7명의 직원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둘째, 핵정책 전문가를 길러야 한다. 한국은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이고 원전수출국이지만, 핵정책 역량과 전문가는 매우 부족하다. 더 이상 핵주권론과 반핵론 간 이념적 논쟁이 우리 원자력 국익을 좌우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농축재처리에 대한 요구도 핵비확산성과 기술성 및 경제성에 기반한 전문가적 토론이 선행될 때 그 가능성도 열릴 것이다.

셋째, 한국이 진정한 원자력과 핵비확산의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핵비확산과 핵안보 의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핵무장 지지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세계적인 ‘핵무기 없는 세상’ 운동에 동참하고, 핵비확산과 핵안보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와 전문가그룹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크게 개선된 신협정은 한국 원자력의 신기원을 여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 가능성과 잠재력의 활용 여부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원자력 외교 전담부서 설치와 핵정책 전문가 양성이 급선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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