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로켓과 자동차 에어백. 언뜻 생각하면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두 장치는 의외로 기본적인 작동원리가 같다. 로켓을 우주공간으로 발사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추진력을 얻는 기술이 필수다. 고체 또는 액체연료를 점화시켜 가스를 발생시키고 이를 고압으로 빠르게 분출하는 힘 덕분에 로켓은 상공으로 솟구쳐 나갈 수 있다. 고체연료에서 가스를 분출시키는 기술은 자동차 에어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동차가 충돌하는 순간 탑승객을 충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에어백은 최대한 빨리 부풀어 올라야 한다. 고체연료에서 가스가 순식간에 분출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주기술을 산업현장에 접목한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우주관측용으로 쓰는 허블 망원경의 광학기술은 의료용 내시경에 활용됐다. 인공위성으로 위치를 확인하는 위성항법장치(GPS)는 내비게이션 등 항공기ㆍ선박ㆍ자동차의 자동항법은 물론 정밀측량, 지도제작 등에 두루 응용되고 있다. 우주선에 들어가는 단열재와 관련 기술은 각종 건축물의 냉ㆍ난방용으로 성능을 입증했으며, 극고온과 극저온에 견디도록 설계된 우주복의 일부 소재는 일상복 제작에도 쓰인다. 우주기술이 활용되는 분야는 첨단 제조업과 의료산업은 물론 통신, 소비재, 서비스산업에까지 실로 광범위하다.
이처럼 우주기술은 다양한 산업 영역에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파급 효과를 내면서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주기술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투자금액의 8배 이상에 달한다고 평가한다. 극한의 환경에서 최고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확보해야 하는 특성상 높은 완성도와 희소성을 갖는 것은 다른 분야의 기술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가치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데다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 전략적 지원이 따르지 않으면 엄두를 내기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성공의 과실은 분명 기대 이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우주기술의 상용화와 사업화에 힘써 왔다. 미국은 1960년대 아폴로 계획 등 전략적 우주기술 개발의 결과물 수천 건을 민간에 보급해 소재ㆍ재료, 열처리, 식품 등의 분야에서 많은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매년 50개의 자체 보유 기술을 선별해 민간에 제시한 뒤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위성 등 인프라와 각종 과학 데이터, 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자국의 우주항공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있다. 유럽 13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우주기구(ESA)도 우주기술을 활용한 창업에 대한 투자와 장비, 기술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그 동안 축적한 첨단 우주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과 시장 창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갖고 있는 790여 건의 우주기술 특허와 분야별로 사업화가 유망한 기술을 활용해 민간의 창업과 사업화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우주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 창업가와 스타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7년까지 15개 과제를 집중 발굴하고 이중 5개 안팎의 우주 전문 벤처기업을 길러낼 계획이다. 당장 다음 달까지 우주기술 관련 창업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선정된 아이템에 대해 자금과 네트워크, 컨설팅 등을 다각적으로 지원한다.
기술자립과 국가안보를 목표로 추진해 온 우리 우주기술 개발의 역사가 어느덧 25년을 맞았다. 인공위성과 발사체 개발에 중점을 둔 연구는 차근차근 연관 분야로 확산되며 결실을 맺고 있다. 아직 선진국에 비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로호 발사와 다목적 위성의 성공적 운영 경험 등 우주분야에서 쌓아온 우리의 국가 연구개발(R&D) 역량은 결코 적지 않다. 이를 민간 부문의 사업 기회로 전환해 고용과 신성장동력 창출의 돌파구로 삼는 것은 창조경제의 구현을 앞당기는 길이기도 하다.
박재문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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